김도형 변호사
어느날 가족모임에서 동생이 북한에 남은 모친의 사진을 가지고 왔다. 동생은 사진의 입수경위에 대해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으나 북한에 다녀왔거나 적어도 북한에서 온 사람으로부터 받은 것이 분명할 터인바, 가족들은 불문에 붙이기로 약속했다. 여기서 북한에 있는 모친의 사진을 가지고 온 동생을 신고하지 않은 형, 누나, 형수, 동서들은 무슨 죄를 지은 것이 되는가? 바로 국가보안법 제10조 불고지죄이다. 위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과거 간첩사건 등에서 이러한 불고지죄로 인하여 주변 친척들이나 친구들이 굴비 엮이듯 줄줄이 입건되어 신문의 한면을 장식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불고지죄가 가지는 사회적·법률적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불고지죄는 사회의 인륜도덕을 파괴한다. 국가보안법 위반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결국 가까운 친인척들뿐일 터인데 이들에게 가족간의 애정을 버리고 수사기관에 신고하라는 것은 우리의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것이다. 잔인하고 무서운 죄가 아닐수 없다. 다음으로 불고지죄에 의하여 전국민이 국가보안법 위반자로 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전국민의 범죄자화가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법률적인 측면에서 불고지죄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의 한 내용으로서 그 본질적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침묵의 자유를 침해한다. 인간은 내면에 형성된 양심을 강제로 공개당하지 않으며 침묵할 자유를 지니고 있는 것인데 불고지죄는 이러한 침묵을 처벌하는 규정인 것이다. 불고지죄가 폐지되어야 마땅한 이유는 이상과 같이 존립의 근거가 있을래야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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