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관씨 관련 글 말야. 누가 썼는지 필자 이름이 없어” – “발간사에서 ‘구속노동자’가 ‘금속노동자’로 둔갑해 버렸잖아”
20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은 이들의 눈빛이 자못 진지하다. 바로 금속연맹 경남본부 공동노보 ‘들불’의 편집위원 들이다. 지난 9월7일 펴낸 ‘들불’ 제10호에 대한 평가 도중, 누군가 “퍼즐, 세로 15번 문제가 없다”고 하자 분주하게 페이지를 찾다가 “문제가 없어도 답은 다 채워지더라”며 좌중엔 가벼운 웃음이 찾아든다.
*자체 노보발간 어려운 중소노조들이 시작
‘들불’은 96년12월 이 지역 중소금속사업장 5개 노조의 공동노보로 출발했다. 박명화 편집위원장(한국산연노조 선전부장)은 공동제작 배경을 “중소노조들에게는 자체 노보를 발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죠. 역량 문제, 취약한 재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각 노보들 사이의 내용중복과 다른 노조에 대한 정보부족 문제도 개선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들불’은 이제 13개 노조를 포괄하고 있다. 11호부터는 볼보기계코리아 등 3개사 노조가 추가된다. 계간으로 출발했던 것이 내년부터는 격월간으로 발행될만큼 속도도 붙었다. 세월이 쌓이면서 이제는 ‘관성’을 고민할 정도 로 발전했다는 고참 편집위원의 말이 아니더라도 공동노보 ‘들불’은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13개 노조의 ‘글마당’, 토론장으로 자리매김
‘들불’은 참신하다. 30대 현장 노동자의 자기성찰이 담긴 시와 생활고를 걱정하는 대학출신 노동운동가의 생활글은 일상이 가장 격렬한 투쟁의 장임 을 환기시킨다. 빨치산을 다룬 ‘역사기행’과 영화평 ‘아미스타드’ 소개에서는 역사와 문화를 바라보는 노동자의 시각을 놓치지 않겠다는 들불의 고집 이 엿보인다. 하지만 ‘들불’의 진수는 13개 노조 조합원들의 글로 채워지는 ‘글마당’이라고 편집위원들은 입을 모은다. 단사별로 원고를 취합하다보니 수고로움도 많지만 반응도 좋고 공동노보의 지향과도 맞아 떨어진다는 설명 이다. 지난해 ‘올해의 노보 한마당’에서 들불이 조합원의 참여가 많은 노보에 주어지는 ‘열린 노보상’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들불’의 작은 성취가 가지는 의미
그러나 정작 들불을 주목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산별노조 때문이다.
산별노조로 가는 길목 곳곳에 단사 이기주의와 기업별노조의 관성이 숨어있다. 가긴 가야 하는데 쉽지 않은 길, 그것이 산별로 가는 길이라는 점에서, 매체를 통한 벽허물기에 성공하고 있는 공동노보 ‘들불’에서 산별노조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면 과연 지나친 비약일까? (창원=정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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