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 미군의 `노근리 양민학살 만행’이 미국정부의 공식확인 절차만 남겨둔 채 거의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노근리 사건은 6.25 참전 미군이 저지른 양민학살 사건을 미국 스스로 인정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관심을 끄는 것은 과연 6.25전쟁 기간 미군이 저지른 양민학살 사건이 노근리 한 군데에 한정됐을까 하는 점이다. 혈맹 미국의 군인들이 저지른 양민학살사건은 지금까지 남한 내부에서는 철저히 금기사항으로 여겨져 왔지만 북한에서는 그 동안 수없이 거론돼 왔다.
대표적 사례는 황해남도 신천군 양민학살사건.
북한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군이 유엔군에 밀려 퇴각하던 시기인 50년 10월17일 미군이 신천 지역을 점령했고 이들은 50여일 동안에 당시 신천군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3만5383명의 무고한 주민을 학살했다.
북한 당국은 60년 6월 25일 6.25 발발 10주년을 맞아 신천박물관을 개관해 미군의 만행을 폭로하는 각종 자료와 증거물을 전시해 놓고 주민들에게 반미사상교양을 실시하고 있다.
각종 자료와 증거물들은 당시 `신천지구 주둔 미군사령관 해리슨’의 지휘 아래 미군들이 저지른 `귀축같은 만행’을 폭로하고 있다고 한다. 물을 달라는 어린이들에게 휘발유를 마시게 한 뒤 머리 위에 짚을 뒤집어 씌우고 휘발유를 뿌려 생화장을 했다거나 탱크로 깔아죽이고 장작불에 태워죽이며 산 사람의 사지를 찢어죽이고 임신부의 배를 갈라 죽이는 등 상상할 수 없는 만행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8일 민민전 방송은 신천학살 사건 외에도 황해남도 은률군에서 1만3천여명, 평안북도 정주군 창도에서 580명의 섬주민 전체를 학살했으며 평양에서도 1만5000명, 황해남도 안악군에서 1만9072명 등 “미군의 발길이 가 닿는 곳마다에서 양민학살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6.25전쟁 시기 미 침략군의 양민살인 만행은 지난날 독일 파시스트들의 살인만행을 무색케 하는 천인공노할 야수적 만행”이라면서 “자루 속의 송곳을 감출 수 없듯이 지금까지 극비에 부쳐지고 더욱이는 `인민군의 만행’으로 왜곡돼 온 이사실들은 세상에 드러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통일관련단체 가운데 하나인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은 AP보도가 나오기 훨씬 전인 지난 7월17일 이미 노근리 학살사건을 미국측 자료를 제시하면서 상세히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조국전선은 “최근 남조선에서 지난 6.25전쟁 시기 미제 침략군이 감행한 치떨리는 양민학살 만행사건이 드러나 사회 각계와 피해자 유가족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성명을 발표한다”면서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 있는 미 제1기병사단(기갑사단) 제5기병(기갑)연대사(사)와 6.25참전 작전일지, 당시 사건관련 미군병사들의 증언에 의해 충북 영동 양민학살이 미군이 감행한 것으로 “명백히 확증됐다”고 말했다.
이 성명은 △충북 영동 학살사건을 비롯 한·미군이 감행한 학살만행을 북한 인민군의 행위로 왜곡한 데 대해 즉시 공식사죄할 것 △유가족들에게 응당한 보상을 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미군 양민학살사건은 물론 아직까지는 미확인된 사실이다. 다만 조국전선 성명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은 나름대로 충분한 자료수집을 끝마친 상태인 것으로 보여 앞으로 미국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북한은 미국과 적대관계 청산을 제의하면서 6.25 전쟁을 공식적으로 종결시킬 평화협정 체결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평화협정 체결 논의과정에서 전쟁으로 인한물적·인적 피해보상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지 논의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북한에서 저지른 미군의 양민학살 사건이 만약 사실로 밝혀진다면 전후보상 문제해결에 의외의 돌출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은 한·미 관계뿐만 아니라 현재 관계 정상화를 긍정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북·미관계에도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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