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갚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는가? 일반적으로는 빌려간 사람이 갚으려는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문제가 구조적인 문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빌려간 사람뿐만 아니라 빌려준 사람의 ‘모럴(도덕)’도 필요하다. IMF 이후 유행해진 ‘모럴 해자드(도덕적 해이)’는 채무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국제금융질서는 선진국, 채권국 중심으로 구조화되어 있다. 그렇다면 마치 고장난 시한폭탄과 같은 초국적금융을 통제할 새로운 국제금융질서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질서를 만들어갈 주체는 역설적으로 시장이 아니다. 시민들이 만들어 가야 한다. 이에 뜻을 같이 하는 세계 NGO들과 금융전문가들이 10월 6일 대구 팔공산 대구은행 연수원에 모여 △세계외채 해결 △투기자본 규제 △세계경제정의 구현 등을 목적으로 대구라운드(대표 김영호 경북대 교수, http://www.taeguround.org)를 개최하였다.

대구라운드 준비모임은 현재의 “과도기적 위기는 금융의 글로벌리제이션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 및 결함”에 이유가 있으며, 따라서 외채탕감이 “제국주의적 목적에 의하여 좌절”되지 않기 위해서는 “외채를 갚을 수 있는 건전한 국제외채질서를 회복해야한다”고 주장해 왔다. 김영호 대표는 현재의 “금융 세계화는 외환위기-외채위기-대량실업의 악순환을 유발하고 나아가 세계경제의 위기까지 촉발하고” 있으며, “이 악순환은 채권국 일방 통행식의 현행 국제금융질서를 바꾸지 않고서는 단절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물론 대구 라운드 이전에도 초국적 금융자본의 횡포를 통제하고자하는 세계적 흐름들이 존재해 왔다. 주빌리2000(http://www.jubilee2000uk.org)은 ‘제3세계 채무국의 상환불가능한 부채를,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을 거쳐, 2000년까지 완전탕감하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카톨릭이 주도하는 이 운동에는 전세계 50여개국의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프랑스의 언론매체와 노동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6월3일 출범한 ATTAC(토빈세를 위한 행동, http://www.Attac.org)은 △조세천국(지브롤터·리히텐슈타인 등 국제금융거래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곳) 철폐 △자본소득세 강화 △금융거래에 대한 관세 등을 요구하고 있다. 투기자본의 집결지인 미국에서마저 현재의 IMF-IBRD(세계은행) 체제를 대체하기 위한 지식인·시민단체의 운동이 힘을 얻어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주빌리2000 운동이 남·북반구 협력에 기대는 만큼 한계를 갖고 있으며, 이러한 운동에 대해 남·남 연대에 주목하고 있는 이번 대회에서 많은 비판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일 동안 열린 이번 대구라운드 본 대회는 △세계 외채문제의 현단계-과제와 전망 △자본자유화와 국제투기자본 △새로운 국제금융질서와 아시아의 지속가능한 성장 △시민행동 계획 등의 주제로 4개 라운드로 나눠 열린다. 또 이번 대회 참석자들은 국제투기자본에 대한 규제 방안과 개발도상국 외채문제해결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채권국·선진국 중심의 국제금융질서를 타파해 평등한 세계경제질서를 모색하는 `경제정의실현국제네트워크’를 결성할 예정이다.

대구라운드는 지난 98년 2월 21일 국채보상운동 91돌 기념강연회에서 경북대 김영호 교수가 세계경제 질서를 재편하고 채무국들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국제협의체 구성의 필요성을 역설한 뒤 추진해 왔으며, 99년 5월 국내대회를 이미 성사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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