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는 노동자 지위에 영향을 끼치므로 정리해고와 관련한 노사분쟁은 쟁의 대상이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또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노조법)상 사전 조정절차를 반드시 거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쟁의 자체를 불법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춘천지법 형사1부(재판장 신형근 부장판사)는 8일 만도기계 노동자 정아무개(34)씨 등 8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어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의 공무집행방해와 폭력행위처벌법 등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영진이 경영상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기준과 대상자 선정, 해고회피 노력 과정에서 노조 또는 근로자 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며 “정리해고는 근로조건과 근로자 지위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협의과정에서 노사간 의견이 불일치할 경우 정리해고에 관한 노사분쟁 역시 노조법상의 쟁의행위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혐의에 대해서도 “노조법은 ‘조정전치주의’를 규정하고 있으나, 실질적 교섭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엔 중앙노동위원회가 자의적이고 위법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노조는 정당한 쟁의행위를 할 수 없게 되는 결론에 이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럴 경우 노조 쟁의권이 부당하게 침해된다는 점, 쟁의행위를 시작한 이후에도 당사자 신청에 의해 조정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해볼 때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검찰과 경찰은 그동안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파업이나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쟁의에 대해서는 모두 불법으로 규정해 관련 노동자를 ‘불법행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사법처리해왔다.
김도형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지난 97년 법 개정 이후 위헌 논란의 대상이 돼왔던 ‘정리해고는 쟁의대상이 아니다’는 사용자쪽 편향의 주장을 깨는 진일보한 것이어서, 노동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성중 노동부 노사협력관은 “법원 판결문을 분석해 봐야 알겠지만 법에 정해져 있는 절차나 방법을 준수하지 않아도 불법이 아니라는 것은 납득이 안간다”고 말했다.
춘천/김종화, 김경무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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