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네트워크]
씨티은행 명동 지점장의 한강 투신 자살!
더 이상 외국자본의 신자유주의 경영방식에 희생당해서는 안 된다.
이영수
언제 가을인가 싶더니 이제 겨울 날씨가 완연하다. 설악산 대청봉에 첫눈이
내렸고 다른 해보다도 일찍 찾아온 추위에 걱정부터 앞선다. 날씨마저 추워지고
있는 지난 9일, 서울 동작대교 남단 밑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35살의 잘 나
가던 씨티은행 지점장의 자살 기사는 더더욱 우리를 춥고 시리게 만들고 있다.
IMF 신탁통치 이후 정리해고와 생활고를 못 이겨 많은 실직자들이 자살을 하
고 집을 뛰쳐나와 노숙자가 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씨티은행이라는 잘 나가는
초국적 자본의 은행 지점장이 생활고로 자살을 할 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이 좋은 직장이라고 부러워하고, 그곳에서 고속승진까지 해온 그가
무엇 때문에 자살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씨티은행 명동지점장 안재원(35) 씨가 남긴 유서 내용을 보면 그가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간다.
“나는 은행을 위해서 일한 결과로 너무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아빠는 최선을 다했다. 바보 같은 아빠 삶은 살지 마라. 서로 배려하는 마음
으로 살기 바란다.”
그가 씨티은행에서 12년 동안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한 결과로 잃었다는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앞길이 구만리 같은데 한 인간으로서, 이렇게 젊은 나이에
자신의 삶을 마감해야 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가 청춘을 다 바쳐 일
해온, 그의 삶을 다 규정해온 씨티은행이 어떠한 곳이었기에 다섯 살배기 아들,
초등학교 5학년 짜리 딸과 사랑해온 아내까지 내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첫째, 씨티은행은 미국계 자본으로 신자유주의 경영방식으로 무자비한 노동력
착취를 일삼아 왔다. 과중한 업무와 노동력 착취는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고 거
기다가 파견직 노동자가 날로 증가하는 가운데 고용불안까지 겹쳐지고 있다. 아
침부터 밤늦게까지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이 오로지 실적에만 매달리게 하고 결
국 목표치를 채워내지 못하면 쫓겨나는 것이다. 그는 지점장으로서 이러한 시티
은행의 모든 방침을 스스로만이 아니라 전직원에게 독려하고 감독해야 했다. 그
가 한 인간으로서 이러한 격무와 스트레스에 얼마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격무에도 씨티은행의 임금은 낮아 다른 은행에 비해 연봉 1,000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리고 은행측이 차장급 이상에 대해서는 시간외 수
당을 지급하지 않아 조직이 기형화하고 있다고 한다. 차장 승진시 업무시간은
훨씬 늘어나는 반면 과장 때까지 받던 시간외 수당은 없어져 연봉이 오히려
1,000만 원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회사측이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고의로 차장급 인사를 남발해 차장(121명)이 과장(77명)이나
대리(84명)보다 많다고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파견직원을 사용하는 문제다. 씨티은행은 사실상 모든
은행업무를 파견근로자로 대체하고 있다고 한다. 이 은행 노조 조사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전체 600여 명의 직원 가운데 180∼200명이 파견근로자이다.
둘째, 씨티은행은 무한경쟁을 통해서 한 인간이 인간으로서 견딜 수 없는 인
간성의 상실과 파괴로 몰고 갔다.
실적을 높이기 위하여 개인별, 지점별 실적을 공개하고 월 실적 상위 1∼5위
가 꼴찌 5명을 개인지도하는 제도까지 도입하였다. 이렇게 직장을 약육강식 원
리의 경쟁사회로 몰아 간다면 그 누가 옆의 동료를 동료로 보겠는가? 씨티은행
의 한 직원은 “창구에서 옆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고객을 가로채 싸움이 일
어날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 안 지점장은 명예퇴직을 권고 당한 이후 이
를 만회하기 위해 입이 돌아갈 정도로 하루 1∼2시간밖에 잠을 못 자고 일했지
만, 실적을 올리지 못할 경우 끝장이라는 것을 알고 그 중압감에 못 견뎌한 것
이다. 그리고 안 지점장은 이러한 격무보다도 상사와 아래 직원과의 인간적 관
계에서 더 견디기 힘들어했다. 그는 마지막 남긴 편지에서 “000, 당신 그렇게
살면 곤란해”라고 썼고, 죽기 전날에는 동서에게 “000가 너무 두렵다”고 호소했
다.
셋째, 씨티은행에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오랫동안 근무한다해도 아무런 희망
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씨티은행에서는 지점장이든 창구의 은행원이든 필요
할 때는 쓰지만 나이 들고 지쳐서 업적이 떨어지고 필요성이 줄어들면 가차없이
소모품이 되어 밀려나 명예퇴직 등 정리해고 당하는 것이다. 실제 이 은행 지점
장들은 40세쯤 되면 은행을 떠나곤 했다. 광화문 지점장은 최근 캐나다로 이민
갔고, 비슷한 시기 여의도 지점장은 다른 금융기관으로 옮겼다. 결국 씨티은행
명동 지점장은 이러한 외국자본은행의 비인간적인 경영의 희생양이 되어 죽음으
로 내몰린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악랄하게 살인적인 경영을 해온 씨티은행은 사업이 날로 번창
해 100명의 영업직 사원을 모집하고, 대우증권 매입에도 눈길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인 ‘씨티리볼빙 카드’를 만들어 국내 소매시장까지 손을 대고
있다. 이제 비단 씨티은행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외환, 주택은행 등 외국인이 대
주주인 은행에 외국인 경영진이 들어서고 있다. 해외매각된 제일, 서울은행은
외국인 은행장으로 바뀐다. 바야흐로 은행계는 외국인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때 안 지점장 자살 사건은 씨티은행의 문제만이 아니고 지점장 개인의
문제만도 아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 경제가 IMF 신탁통치 이후 경제 식민지화된다고 말은 해왔
지만 이제야 실감이 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은행이 초국적 자본의 손에 다 넘
어가고 그 곳에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들은 이러한 신자유주의식 경영-고용의 유
연화, 비인간적인 경영방식에 의해 하나하나 희생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계 은행의 한 간부는 한국인 조합원에게 ‘애니멀(animal·짐승)’이라고 불
러 문제가 됐다고 한다. 심지어는 지난 추석연휴 당시 일본계 은행 간부가 “왜
매년 나오던 추석선물이 이번에는 없느냐”며 노조측이 해명을 요구하자 며칠 뒤
“이거나 먹어라”며 껌 12통을 노조간부들에게 던져줬다고 한다. 씨티은행은 물
론이고 다른 외국계 은행 간부들의 한국인에 대한 비인간적인 시각과 대우는 더
이상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지경에 와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국인을 비하하고
인간성을 파괴하는 신자유주의식 경영방식은 가면 호로, 밀레니엄 필수품으로 서서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
물질에 의해 얼마나 많은 고귀한 인간의 생명과 희생을 치른 뒤에야 이 세상
이 바로 세워질 것인가? 자본은 날로 번창하고 있지만 정말 인간이 인간답게 사
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 자본에 의해 인간이 죽어서는 안 된다. 이미 프랑스
사회당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고용의 유연화-정리해고가 비인간적인 것이라고 비
판하며 인간다운 삶을 위해 국가가 공공서비스와 완전고용을 보장하는 사회당식
전통 정책을 고수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다면 자신의 현안문제에만 매몰되지 말고, 우리의 잘못된 더 큰 현실에 눈을 돌
리자! 당장 내가 아니더라도 외세와 자본에 의해 소중한 우리의 동료가 죽어가
고 인간성이 파괴되고, 노동력의 착취가 점점 악랄하게 진행되고, 빈부의 양극
화가 심화되는 현실에 두 눈을 부릅뜨자! 더 이상 신자유주의에 의해 소중한 생
명이 희생되지 않도록! 모든 사람이 자주적인 인간으로 살아가는 세상이 되도
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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