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서울NGO세계대회가 지난 15일 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분야 NGO들이 한자리서 만나는 교류·화합의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국제적인 종합 NGO행사’라는 의의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최측의 준비미흡과 국내 단체들의 참가 부족, 지나치게 방대한 주제 등으로 대회가 밀도있게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최측이 과욕을 부린 것 같아요. 인권·환경·경제사회개발 등 거의 모든 주제를 포괄하는 대회라니요. 결국 어떤 것도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 채 수박겉핥기식으로 끝났잖아요.” 대회에 참가한 한 시민단체 실무자의 말이다. 지나치게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려다가 오히려 깊이 없고 혼란스러운 대회가 됐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이 ‘우리는 하나’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었습니다. 국내외 참석자 모두(특히 국내단체) 관련 분과토의에만 참석하고 따로 행동하는 식이었죠. 공동으로 무엇인가 만들려는 노력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리우 환경회의나 북경 여성대회처럼 인류사에 확실한 족적을 남길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너무 광범한 주제를 다루다보니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다. 이 때문에 ‘서울NGO밀레니엄 선언’도 구체적인 방향제시보다는 선언적인 구호에 그쳤다는 평가다.
국내단체들이 맡은 프로그램의 내용 부실은 예견된 것이었다. 국내단체들이 뒤늦게(지난 7월) 참여하는 바람에 준비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몇몇 외국인 초빙 이외에 깊은 고민 없이 이뤄지는 분과토의들도 많았고, 자료준비도 엉성했다. 국문은커녕 영문자료조차 없이 영어로만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많아 중고생 등 국내 방문객들이 발길을 돌리는 사태도 빈번했다.
개막식에 새벽부터 동원된 중·고등 학생들, 지나치게 화려하고 세련된 문화행사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학생부터 교수·강사까지 대회에 동원된 경희대 내부의 비난 목소리도 높다. 경희대는 개막일인 11일 임시 휴강을 공고하기도 했다. 국내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특히 개막식 때 청와대 경호대와 경찰이 정부의 인권정책을 규탄하는 인권단체(올바른 국가인권기구 실현을 위한 민간단체 공동대책위) 시위를 무력으로 막은 것을 비난했다. NGO대회라는 위상 자체가 의심되는 사건이었다는 것.
펜싱경기장에 홍보부스를 차린 경호인협회나 꽃꽃이협회 등 참여단체의 성격에 대한 논쟁도 벌어졌다. 일반적으로 NGO 혹은 시민단체로 보기 힘든 단체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국장은 “이 기회에 NGO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NGO는 다양한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아닌 모든 기구·단체를 포괄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홍보미흡으로 일반인들의 참여도 저조했다. 펄벅재단 김지원 홍보·후원사업부 대리는 “워크숍 참가자나 자원봉사자들이 대부분”이라며 “일반인에게 단체를 알리고 싶었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주최측이 변경된 일정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아 참가자와 준비 단체가 모두 허탕을 치거나 슬라이드 등 준비물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아 프로그램 진행에 혼선을 빚기도 했다. 멀리 대구서 올라온 허재진씨(경북대 석사과정)는 “안내자료에는 성내역에서 걸어서 10분이라고 했지만 대회장까지 30분 이상이 걸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야외식당의 부실한 음식과 바가지 요금은 참석자 모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우리나라 NGO가 이렇게 큰 국제행사를 치러본 것은 처음입니다. 미흡한 점도 많았지만 얻은 것도 많죠. 세계의 다양한 NGO들을 한 자리서 만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메리 로빈슨을 비롯 세계 유명인사들을 직접 본 것도 큰 소득이었구요.” 대회에 대한 불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대회는 세계NGO들의 만남·교류의 장으로 톡톡히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용운 환경운동연합 간사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만난 사람들과 지속적인 교류·연대를 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회는 또 한국 NGO의 활동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 시민운동 주제들을 세계화하는 데 큰 몫을 했다. 탈북난민의 인권, 이산가족, 국가보안법 문제 등이 외국 참가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더불어 9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한국 시민운동의 저력을 세계에 보여준 계기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하띰 무크타르(이슬람의사협회 회원)는 “한국 NGO들의 숫자와 왕성한 활동에 놀랐다”고 말했다.
차명제 배달환경연구소 소장은 “국내 NGO들의 첫 대규모 행사였다는 점에서 부족하지만 성과가 크다”며 “미흡했던 점조차도 국내 단체들에겐 소중한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특히 “이번 대회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아셈회의를 좀 더 잘 치룰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혜정 기자 kanghj@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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