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고어를 지지하는 미국노총산별회의

「세계사회주의 웹사이트」 1/19 제리 화이트

지난 주에 열린 미국노총산별회의(AFL-CIO) 전국총회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앨 고어 부통령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고어와 그의 유일한 적수인 전 상원의원 빌 브래들리 둘 중에 누가 민주당 후보가 되는가 하는 문제는 자신들이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노동대중에게보다는 노동조합 지도자들에게 훨씬 더 중요하다.

정치가들은 노동자와 그들의 가족이 직면한 중대한 문제들을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다. 기업의 다운사이징과 그로 인한 경제적 불안정, 삶의 질 저하, 노동시간 증대, 적정한 의료보장과 양질의 공공교육의 부족 등 말이다.

게다가, 미국노총산별회의의 사회적 무게는 계속해서 저하되고 있다. 총회에서 발표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장 급속하게 성장하며 현대 기술의 발전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산업부문들의 경우 노조 조직율이 무시해도 좋을만큼 작은 수치라고 한다. 1970년대에 걸쳐 네 명중 한 명, 그리고 44년 전 미국노동총연맹(AFL)과 산별회의(CIO)가 통합하던 당시 세 명당 한 명 꼴로 조합원이었던 데 반해 오늘

날에는 그 비율이 일곱 명당 한 명이다.

오늘날 미국노총산별회의가 노동계급 내에서 발휘하는 영향력은, 노동자 조직들이 수천만 노동자의 적극적인 헌신을 누리고 있었기 때문에 거대기업 정치인들이 노동조합의 발언에 귀를 기울여야 했던 1940, 50, 60년대, 심지어 70년대의 그것에 비해 커다란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언론의 대대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 열린 미국노총산별회의 총회에 모인 700여 명의 고위 노조 관료들에 관심을 보인 노동자들은 드물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입후보자, 특히 고어에게는 총회의 공식 지지가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이토록 명백한 모순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미국노총산별회의 지도자들의 공식 지지가 민주당 후보지명 경쟁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커졌다고 생각하더라도, 이는 미국노총산별회의의 소생 때문이라고 보긴 힘들다. 오히려 이는 민주당에 대한 대중적 지지기반의 쇠퇴와 후보 지명 과정에의 진정한 관심과 참여의 부재, 그리고 선거 정치와 국민 대중 사이의 갭이 증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특수한 표현이라고 보는 게 옳다.

선거 과정은 기업이 관리하는 언론 및 여론조사, 그리고 여론을 조작하는 여타의 도구들에 의해 점차 지배되고 있다. 언론 매체들은, 미국노총산별회의의 지지를 획득하는 데 실패할 경우, 여론조사에서는 앞서고 있지만 자금 모금에서는 브래들리에 뒤져 있는 고어에게는 커다란 타격이 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고어는 이에 부응하여 클린턴 대통령의 도움을 얻어 노조 관료들에게 조기 지지를 압박하려 노력하였다. 이러한 모든 과정은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관념이 국민 절대다수와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극히 작고 특권을 누리는, 고립된 인사들 사이에서 진행되었다.

이와 연결되는 것은 거대 자금이 선거에서 발휘하는 역할이다. 언론과 여론조사기관, 정치인들에게 있어, 어떤 후보의 생존가능성은 그가 후원기업이나 부유한 기부자 등으로부터 받는 후원금의 규모로 판단된다. 올해 상반기에 두 정당[공화당과 민주당]은 규제되지 않는 “관대한 돈” 후원금으로 모두 합쳐 5천 5백만 달러를 모금했는데, 이는 대선 전년도인 1995년에 비해 같은 기간 동안 80%가 상승한 것이었다. 자신의 돈을 어디에 보낼 것인가에 관한 이들 부유한 후원인들의 결정은 다음 순서로 언론과 여론조사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정치적 생활의 협소한 기반과 대중적 참여의 결핍을 감안한다면, 미국노총산별회의 기구는 대통령직에 도전하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목표물이 되었다. 예비선거의 투표자수가 예상대로 선거연령층 시민의 20%로 하락할 경우, 미국노총산별회의 같은 인력과 자금을 갖춘 조직이 주요 지역에서 1, 2 퍼센트 차이로 투표 방향을 바꿀 수 있으며 이는 많은 경선에서 승리와 패배를 뒤바꿀 수 있다.

미국노총산별회의는 이미 2천년 선거에서 4천만 명 이상을 동원, 35개 선거구를 목표로 삼겠다고 약속했으며 이외에도 수백만 명이 고어 뒤로 줄을 설 것이다. 게다가, 이 연맹체는 선거운동 리플렛을 제작하고 언론광고 캠페인을 위한 재정을 조달하며, 전화를 통한 선거운동과 신규 선거인 등록 등에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를 조직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이 고어와 백악관이 미국노총산별회의의 지지를 확실히하기 위해 쏟은 노력 뒤에 숨어있는 계산이었다. 총회 전날 밤 클린턴 대통령은 고어에 대한 조기 지지를 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몇몇 노조 간부들에게 전화를 걸어, 조기 지지에 대한 표 행사, 혹은 적어도 기권을 하는 대가로 다양한 정치적 은전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하였다.

그 전에 클린턴은 고어에 대한 조기 지지에 반대한 팀스터노조 위원장 제임스 P. 호파의 리셉션에 참석했었다. 팀스터노조 간부들에 따르면 클린턴은, 북미자유무역협정으로 2천년 1월 1일부터 해제될 예

정인 멕시코산 트럭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지속시키라는 노조측의 국수주의적 요구를 지지한다고 호파에게 말했다고 한다. 호파로서는 정부가 자신의 노조에 대한 감시를 중단하기를 원하고 있다.

몇 주 전 브래들리는 팀스터노조의 반(反)멕시코적 제안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공표하면서, 노동 관료의 가장 반동적인 요구를 지지하는 데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고어에 대한 지지를 둘러싸고 벌어진 미국노총산별회의 총회의 논쟁은 노동계급의 요구보다는 다양한 거대기업 부문 사이의 이해 차이와 관계된다. 고어의 최대 지지자들 중에는, 고어 자신이 “정부 재창출” 계획을 통해 25만 명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삭감했다고 자랑했음에도 클린턴 행정부와의 긴밀한 관계를 향유하고 있는, 공공부문 노조가 자리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의 무역 정책과 수출 확대로 득을 보아온 산업부문의 노동조합들 또한 고어를 지지하고 있다.

조기 지지에 반대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빅쓰리[포드, 크라이슬러, GM] 기업들과 제휴하여 자동차산업의 해외 경쟁자들에 대한 무역전쟁 조치에 착수하라고 클린턴 행정부에 압력을 넣고 있다. 전미철강노조(USW) 또한 백악관이 저가(低價) 철강 수입을 제한하기로 결정한 후 조기 지지에 대한 반대를 철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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