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국민회의 개정안은 논쟁을 불러올 만큼 그렇게 전향적이지도 않고, 인권 시민단체들이 꾸준히 제기해 온 핵심적인 사안을 수정한 것도 아니다. 제2조의 “반국가단체라 함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의 결사 또는 집단”이라는 규정에서 ‘정부를 참칭’하는 문구를 삭제하여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했던 현실과 법리상의 모순을 비켜갔지만, 이 내용이 정권에 반대하는 진보적인 단체가 반국가단체로 규정받게 될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7조의 1항(고무찬양죄)을 경범으로 처리하고, 5항(이적표현물)을 폐지한 것은 진일보한 내용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현재 국가보안법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7조 3항(이적단체 구성 가입)은 그대로 남겨놓았다. 그러나 7조의 핵심은 3항에 있다. 98년 한해만 국가보안법 위반 구속자가 465명이었는데 그중 72%에 해당하는 335명이 7조 3항에 의해 구속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권 시민단체들은 국민회의의 개정안을 기만적인 속임수라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에게 더 걱정되는 것은 이 기만적인 개정안마저도 극렬하게 반대하는 계층이 있고, 그들이 우리 사회의 입법권을 가진 자들이라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그들이 이번 논쟁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당론으로 국가보안법 개정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공동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자민련은 ‘소폭 개정’의지만 보일 뿐 한마디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이 주도하는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는 의원들의 모임’은 마치 ‘전쟁이 임박한 국가’에 살고 있다는 듯 과격한 반대입자을 밝히기도 했다.

이 격렬한 냉전주의자들, 레드콤플렉스 신봉자들의 조직적인 반대로 우리의 한 세기를 억누른 전근대적 입법의 상징인 국가보안법의 연내 개정마저 불투명해 보인다. 이 낡은 유제를 털어버리지 못하고 21세기를 맞이할지도 모르는 현실에 우리가 처한 것이다. 인권의 측면에서만 보자면 우리는 여전히 근대에 도달하지 못한 ‘봉건’ 내지 ‘야만’의 세월을 살고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 속에서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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