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원전 사고, 방치할 수 없다!
박영아
월성 원전 3호기에서 중수누출로 20명의 작업자가 방사능에 피폭되었다는 머릿기사가 신문에 실린 뒤 원전 사고문제와 그것이 가져올 폐해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일파만파로 전 사회에 번지고 있다. 10월 4일 오후 7시 10분쯤 예방 정비 중이던 월성 원전 3호기의 감속재 펌프실에서 중수가 누출되어 2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회수작업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작업에 참여했던 노동자 20여명이 방사능에 피폭된 것이다.
방사능 피폭에 대한 일반 대중의 두려움은 역사적 경험 속에 생생하게 녹아 있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체르노빌 원전 방사능 피폭자들의 대를 이어 진행되는 기형과 암 등으로 인한 비참한 삶은 핵의 가공할 위험성을 불러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월성원전 중수누출 사고 직전인 9월 30일, 일본의 이바라끼현 도까이무라 핵연료 공장 ‘JCO’에서 다량의 방사능 방출 사고가 나서 인근 10㎞ 내에 있는 31만명의 주민들이 크고 작은 위험가능선에 노출된 사건이 일어났다.
핵 기술과 안전관리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는 일본에서 이런 엄청난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핵 발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세계적으로 보면 벌써부터 핵에너지를 태양열, 풍력 등 자연을 이용한 에너지로 바꾸어 나가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서유럽 국가의 대다수는 이미 원자력 발전소 추가건설 계획을 중단했으며, 미국도 현재 109개의 상업용 원전 중 2015년까지 발전용량의 40%를 줄이고 2030년에는 완전 중단할 계획이라고 한다. 대신 미국은 100만개의 빌딩에, 독일은 10만개의 건물에 태양광 발전기를 보급할 예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세계적 추세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전력소비 신기록을 갱신하며 2015년에는 올해 전력수요의 예측치인 3713만 KW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6957만 KW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원자력 18기, 액화천연가스 25기를 세워 전력 수요에 대처한다고 한다. 현재 원자력은 발전 설비의 27.6%, 전체 발전량의 41.7%를 기록하고 있는데, 2015년에도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전체 발전량의 40%대로 유지하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그러나 마땅한 에너지원이 없고 발전비용이 낮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에 치중한다는 사고는 버려야 한다. 폐기물 처리비용, 중수비용, 환경부담금 등을 모두 생각한다면 원자력 발전이 결코 경제적이지도 못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원자력이 인간과 환경에 미칠 수 있는 크고 작은 위험을 생각한다면 이것을 확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한 어느 정도의 전력 수요가 예상되니까 그만큼의 전력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생산하여 공급한다는 사고도 이제는 버릴 때가 되었다. 이는 전력 과소비만 부추길 뿐이다.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월성 원전 3호기 중수 누출 사건을 계기로 인간과 환경을 생각하는 에너지 정책으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 정책의 전환과 더불어 기존 원전의 안전관리에 대해서도 발본적인 검토와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원전을 관리하고 있는 한전의 관료적이고 무사안일한 경영관리체제에 일대 수술이 있어야 한다. 월성 원전 3호기에서 중수가 누출되어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20여명이 방사능에 피폭되었음에도 발전과정은 일지에 기록하지도 않았다. 또한 한전은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난 5일 오후 7시 30분에야 감독기관인 과기부에 보고했다고 한다. 방사능 물질이 누출되었을 때는 그 심각도에 따라 30분 이내, 4시간 이내, 다음날 오후 6시 이내에 언론에 발표해야 한다는 규정조차도 무시한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한전측은 이것은 미미한 사건이고 방사능의 피폭량도 우려할 수준이 아닌데도 언론에서 너무 호들갑을 떤다고 일축하는 등 폐쇄적이고 관료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심지어 한전의 사장과 부사장조차도 25시간이 지난 뒤 텔레비전을 보고 알았다고 할 정도라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그밖에도 국감과정에서 밝혀진 원전의 잦은 사고와 설비과정의 문제점 등은 심각한 상태이다. 가동중인 원전 16기에 대한 안전점검을 했을 때 문제가 없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월성 캔두형 원자로에서 7차례에 걸쳐 61.55t의 중수가 누출되었으나 8.7t의 회수조차 못했다. 영광 3호기는 3월과 4월에 기준치를 넘는 수소가 누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운전이 강행되었다. 또한 원전 주재관실에서 검사 지적된 사항 중에서 제 날짜에 조치된 경우는 33.07%에 불과했다. 고리원전의 경우에는 보조 중수펌퍼 부실을 무려 1년 2개월이나 지나서 종결하였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지진발생 가능성에 대한 고려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원전이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에 있다.
녹색연합은 지난 13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전·현직 연구원들의 기자회견을 통해 영광원전 3, 4호기와 울진 1, 2호기, 월성 1호기, 고리 3,4호기 등에도 상 당수의 미확인 용접 부위나 용접결함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월성 원전 사고의 전후과정에서 유추해 보건데, 이들 내용도 그 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권이 한전관료들의 무사안일 아래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원자력을 대체에너지로 바꿔나가는 정책으로 전환하더라도 당장 가동 중인 원자력의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시급히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무사 안일과 책임회피에 급급하는 한전의 관료체제를 혁신해야 한다. 그와 더불어 지역주민, 환경단체, 그리고 노동조합이 함께 참여하는 감시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도 시민단체들이 참가하는 감시기구를 만든다고 하지만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현장의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우리는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한전의 인원감축 위주의 졸속적이고 일방적인 구조조정이 엄청난 재해를 가져올 원전사고의 원인으로 내재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전은 지난 해 발전소에서 무리한 기구축소와 인원감 축으로 원자력 부분에서만 3차에 걸쳐 240여 명이 감축되었다. 이 가운데 180여 명이 원전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작업요원들이다. 이렇게 인원을 대폭 줄여 6조 3교대에서 5조 3교대로 근무체계를 바꾸었다. 노동강도가 강화되었고 각종 감사, 보고 등으로 피폭 횟수는 엄청나게 많아졌다고 한다. 항상 사고의 직접 위험 속에서 노동자들은 일하고 있다.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다루는 원자력 발전부문에까지 인원감원을 능사로 삼는 잘못된 구조조정 정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원 위주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한전의 경영과 안전관리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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