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주40시간 노동제 관철을 하반기 주력과제로 채택하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안정과 삶의 질 확보를 선언하고 나서 주목된다.

민주노총은 지난 14일 단병호 신임 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을 갖고 현행 근로기준법이 44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는 주당 법정노동시간을 내년부터 40시간으로 줄여 주5일 근무제를 정착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또 10월 중 이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노동시간단축특별법’ 입법청원을 국회에 낼 방침이다.

민주노총이 올해 초에 이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사실상 IMF체제 이후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대량실업, 고용불안, 노동조건 악화 등의 문제를 해결할 다른 대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동시간 단축 카드를 올해초 실업대책으로 제시했다 호응을 얻지 못한 전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노동관련 현안을 타개하는데 시간단축만큼 효과적인 방안도 없다는게 중론이다. 정부통계로 10%를 웃돌았던 실업률은 8월 현재 5.7%(1백24만명)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실제 실업자는 3백만명에 육박하리란 추산인데다 더 내려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리해고 대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공생이 갖는 의미는 노사 모두에게 크다. 사회적인 안정 분위기가 경기회복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총리실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62%가 노동시간 단축에 찬성한 것도 이같은 기대를 반영한 결과인 셈이다.

주44시간 노동제가 실시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평균 노동시간(98년)이 45.9시간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40시간 노동제 확보요구가 설득력을 갖는 대목이다. 실노동시간이 법정시간을 따라가는데 10년이 걸린다고 치면, 지금 40시간을 요구하는게 절대 무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외국과 비교하면 더욱 선명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주당 노동시간이 30시간에 불과한데 반해 우리는 세계 8위의 노동시간(연간 2천3백90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이 초래하는 중대재해율(3.37)은 세계 최고며, 산재 사망률은 영국의 30배, 일본의 8배나 된다.

민주노총이 △노사정 동수의 대통령 직속 노동시간단축특위 구성 △소득보전기금 설치·운영을 담은 노동시간단축특별법 입법 청원 등 예민한 사안들을 과감히 요구한 것은 총선시기를 유리하게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경제위기 뒤 줄기차게 희생만 당한 노동자’란 동정론이 정치권에서도 어느 정도 퍼져 있는만큼, 이런 전술이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갈 수도 있다는 판단인 것. 민주노총은 다음달 14일 10만명이 모인는 노동자·민중대회를 열어 노동시간 단축 총공세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공은 이제 올해초 노동계의 제안을 물리친 바 있는 정부로 넘어간 셈이다. 정부가 긍정적으로 나올수도 있다. 지난해 6월 ‘2000년부터 산업별·규모별 주40시간 노동제 실시방안을 검토한다’고 민주노총과 합의한 것을 기억한다면.

<배영환 기자 hansae@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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