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족농 이익관철 위해 연대 절실

9개 식량수입국 NGO, 공동선언문 채택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가 오는 30일부터 내달 3일까지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다. 이른바 밀레니엄 라운드라 불리는 차기 협상에서 농산물 분야는 농업과 농산물이 갖는 특수성으로 수입국과 수출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UR협상이 ‘농산물교역 자유화의 첫단추’였다면 차기협상은 관세 및 보조금의 실질적인 감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그 파괴력이 UR보다 더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WTO 차기 농산물협상에 대비해 식량수입국의 비정부기구(NGO)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대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26일 농협중앙회 강당에서는 농협과 WTO협상범국민연대, 동아시아농업기구회의(EAOC)가 공동으로 주최한 식량수입국 NGO포럼이 열렸다.<사진> 일본 대만 노르웨이 스위스 등 아시아와 유럽 9개국의 농민단체를 비롯한 NGO가 참석한 이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농업이 다른 산업과 다른 다원적 기능이 있으므로 특히 보호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 농민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연대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EAOC는 수입국들의 입장을 담은 공동성명서를 이날 발표하고 이를 WTO사무국에 제출키로 했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 인정해야

1998년 3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농업각료회의 공동선언문은 농업이 식량을 공급하는 기본적인 역할 이외에 경관조성, 토지보존, 재생가능한 자연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 생물다양성의 보전 등 환경편익을 제공하는 등 다기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즉 농업은 농산물과 같은 교역재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환경편익 등의 비교역재도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에 농협은 “농업의 다기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농업경쟁력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농업생산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포괄적 식량안보 확보돼야

노엘 드뷔시 유럽농민연맹(COPA)회장은 “유럽사회는 농업의 다기능적 역할에 막중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며 “비교역적 문제가 차기 협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형성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국가가 식품안전과 품질을 위해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권리가 객관적인 기준에 근거해 차기 협상에서 받아들여져야 하며 이는 유럽의 생산자 뿐만 아니라 수입식품에도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채택된 공동성명서에서도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 시애틀 각료회의 선언문에 반드시 포함돼야 하며 새로운 농업협정문에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농협중앙회는 이날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1세기 식량의 장기수급전망은 매우 비관적이며, 소수의 수출국가가 주요 곡물에 대한 공급 독점력을 갖고 있는 현 농산물 국제시장구조와 함께 빈번한 기상재해가 식량공급의 불안정성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식량수입국은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예방적인 식량안보정책을 갖는 것이 정당성을 가진다”며 “이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무역은 국내 생산을 보완하는 차원이 돼야 하며 국내 생산을 대체하는 근거가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케이지 오가 일본 동경대 교수도 “식량수입능력은 외환상환 뿐만 아니라 수입가능한 식품의 가격과 기타 조건에 의지해야 하므로 시장에서 발생하는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며, “무역자유화가 식량안보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주장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공동성명서에서는 “포괄적 식량안보 조항이 WTO 협정문에 명시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전자조작 농산물(GMO) 문제

미국을 비롯한 일본이나 EU는 이번 협상에서 GMO 무역문제가 중요한 협상의제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으나 각국의 입장은 다르다. 미국은 차기 협상에서 과학적인 근거에 입각한 GMO무역의 틀을 확립하려 하고 있으며 일본이나 EU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GMO수입을 극소화하는 방향으로 규범을 확립하고자 하고 있다.

농협은 이에 대해 “이 시점에서 중요한 문제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각국정부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엔 진 칭 대만 성농회 회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유전자조작 상품에 대한 라벨링으로 소비자들에게 자유로운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류건강에 미치는 우발적인 의혹에 대해서는 그것이 발생하기 전에 제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량수입국 NGO 연대가 필요

포럼에 참석한 각국 NGO 대표들은 차기 협상에 식량수입국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나라간 연대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피터 헤그린 스위스농민연맹 부회장은 “UR협상 때는 농민들만이 활동했기 때문에 집단이기주의로 오해받기도 했고 힘이 미약했음을 반성해야 한다”며 “차기 협상에 대한 대응활동에 농민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환경주의자들을 참여시키는 게 매우 중요하고, 스위스는 이미 사회의 여러 단체들과 제휴해 합의된 내용을 정부에 강력히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성훈 농림부장관은 “이번 차기 협상에서 이익의 균형(Balance of Interests)을 달성해 수입국, 가족농, 소비자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나라나 정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고 민간에서 적극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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