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환경보전운동의 모범사례로 꼽혔던 순천만 갈대제를 올해는 볼 수 없게 됐다. 주민들의 반대와 순천시의 비협조 등을 이유로 주최단체인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이하 동사연)가 취소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동사연은 △현장위주 전시성 행사가 오히려 환경을 해칠 위험이 있으며 △지역주민의 정서가 갈대제에 대해 너그럽지 못하고 △순천시가 비협조적이라고 취소이유를 밝혔다.

이를 계기로 시민운동가 사이에 ‘환경·생태보전과 지역 주민의 이해 사이에서 현명한 길찾기’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순천만 갈대제는 시가 순천만으로 흘러드는 동천 하류를 직강화하기 위해 골재채취를 허가하자 주민과 시민단체가 반대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생겨나 97년부터 매년 11월초 중순에 열렸다.

세계적 희귀조류이면서 천연기념물 228호인 흑두루미와 저어새·큰고니·장다리물떼새 등의 집단 월동지인 순천만의 파괴를 막자는 취지였다. 갈대제는 97년 민간단체가 주최한 것으로는 유일하게 전남 10대 문화제로 선정되는 등 성공을 거뒀다. 또 환경문제를 문화적으로 접근해 주민들과 갈등을 푸는 모범적인 방식이라는 찬사와 함께 그의 정착에 많은 기대를 모았다.

홍범택 동사연 사무국장은 “지역주민들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앞서 나간 것이 문제”라고 자평했다. 홍 국장은 “주민들도 골재채취에는 반대했지만 골재채취허가가 취소된 뒤 순천만의 가치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보전지구 지정이 거론되자 긴장하기 시작했다”며 “1회때는 무관심하던 주민들이 2회 때는 재산권 침해를 두려워한 나머지 ‘어떠한 보전지구도 반대한다’는 플래카드를 걸고 나왔다”고 경과를 설명했다.

최근 성공사례로 꼽히는 강화도 갯벌보전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신성식 강화시민연대 총무는 “환경운동가에겐 흑두루미가 중요하지만 주민들에겐 재산권이 먼저”라며 “주민들을 이해하고 긴호흡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역 아이들과 함께 하는 철새모니터링에 공을 들이는 등 보전운동에 주민들이 참여하도록 세심한 배려를 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또 “최근엔 국립공원화에 대해서도 일부 주민들은 찬성을 나타내고 있지만 여전히 조심스럽다”며 조심스레 다가가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신 총무는 주민들의 공감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경제적 반대급부를 현실화해 보여주는 작업을 강조했다. 생태관광가이드를 지역주민들이 직접 하도록 하는 등 주민들의 이득과 연결될 수 있도록 깊이 고민했다는 것이다.

녹색연합 박정운 간사는 “과장된 행위제한에 대한 오해를 풀고, 각종 지원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야 한다”며 “교육이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효과는 가장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환경·생태보전을 둘러싼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갈등은 모든 보전지구 지정에서 겪어야 하는 문제”라며 “순천만 갈대제 취소는 이런 의미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주민들에게 미래의 경제적 가치를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확실한 피해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마산창원환경운동연합 이인식 운영위원은 “생태보전지역 지정문제를 운동으로 푸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외국처럼 환경기금을 만들어 피해를 보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동참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주민들에게 무조건 참으라고 해서는 곤란하다”며 “주민참여 협의기구를 만들어 바로 문제를 푸는 정공법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천대 박기영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 교수는 “2회 갈대제 때는 10만명 이상이 찾아왔는데 동사연은 재정이 부족해 간이화장실부터 주차장, 관찰대 등 기초시설조차 마련하지 못했다”며 “순천시가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사무국장은 “생태계 보전 주체가 주민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주민반대 속 갈대제를 취소했다”며 “주민·순천시와 지속적인 대화를 갖고 내년초 갈대제준비위원회를 만들어 연기된 만큼 튼실한 축제를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어떤 형태의 보전지구 지정도 반대한다는 주민과 주민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는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시민단체가 한국 내 마지막 흑두루미 월동지를 지켜낼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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