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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직·일용직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다!

신인철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강원도 산간 지방에는 눈이 내렸다고 하고, 자고 나면

뛰어오르는 난방비로 서민들의 한숨이 절로 나오는 계절이기도 하다. IMF 신탁

통치 이후 두 번째 맞게 되는 겨울은 서민들, 특히 실업자들에게 긴 한숨과 고

통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서민층의 생활파탄으로 인한 본격적인 고통이 시

작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리기도 한다.

지난 10월 12일, 대동은행에 근무하다 98년 6월에 강제 퇴출된 한 노동자가

대구 앞산공원 충혼탑에서 목을 매 자살한 일이 있었다. 직장을 잃은 후 재취업

을 위해 공부하며 백방으로 노력했던 이 노동자는 1년이 넘도록 마땅한 일자리

를 구할 수 없는 데다 혼자서 독서실에서 생활하며 우울증이 겹쳐 스스로 목숨

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근무했던 한 동료는 “늘 공부하고 월급의 80%

이상을 저축할 정도로 성실한 사람이었다”며 “직장 다닐 때는 일도 잘하고 밝은

모습이었는데 최근 친구들을 만나면 불안한 심정을 자주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실업자가 있는가 하면 서울역, 시청역 등에 노숙

자들이 하루에 200-300명씩 몰리는 등 그 수가 급증하고 있다. 올 들어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고 이야기되고 있지만 서민가계의 몰락이 본격화하면서 노숙자가

9월 이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노숙자 다시 서기 지원센터’에 따르면 올 여

름부터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던 노숙자 수가 9월 들어 매일 수십 명씩 늘어나

노숙자 수가 6,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의 두 배에 이

르는 숫자이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는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며 그 근거로 실업률의 감소를 들

고 있다. 통계청은 ‘9월 고용동향’을 발표하면서, 실업자 수가 지난 8월보다 17

만 2천 명이 준 106만 9천 명을 기록했으며, 실업률도 전달보다 0.9%포인트 떨

어진 4.8%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취업자 수는 2천100만 명으로 전달에 비해 47

만 3천 명이나 늘어났다고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고용형태

의 불안정성이 오히려 증대되면서 고용의 질이 낮아지는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임금 노동자 가운데 고용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상용근로자 비중은 46.9%로

전달의 48%에 비해 감소한 반면, 임시직과 일용직 노동자는 52%에서 53.1%로 늘

었다. 9월 고용동향에서 나타난 실업자 수 감소나 취업자 수의 증가는 대체로

임시직과 일용직 노동자의 증가로 이루어진 것이다. 임시직·일용직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월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뒤 4월 51.8%, 5월 52.5%로

점점 커져 9월에는 53.1%를 기록하며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주당 근로시간이

18시간 미만인 취업자 가운데 추가 취업을 원하는 불완전취업자 비중도 지난 1

월 33.9%, 2월 34.2%, 3월 38.0%, 4월 40.4%, 5월 41.3% 등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결국 언제 해고될 지 모르는 반(半)실업상태의 임시직·일용직 노동자가

급증하고 이것이 수치상으로 실업률의 감소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 실업기간도 점차 장기화되는 추세다. 총 실업자 중 12개월 이상 실업상태

에 있는 장기실업자 비중이 작년에는 1.5%에 불과했으나 올해에는 8%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제활동 참가를 아예 포기한 ‘실망실업자’ 규모도 지난

해 상반기 30만∼35만 명 수준에서 올해에는 50만∼60만 명 규모로 늘어날 것으

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실업률이 낮아지는 이면에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

가 은폐되어 있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에서 일하는 계약직 노동자는 회사에서 추석 상여금을 주는데 계

약직이란 이유로 받지 못했다. 9년 전 같이 입사한 동기들이 보너스를 받아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임시직의 비애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뼈저리게 느꼈

다고 한다. 이 노동자는 지난해 12월 다니던 은행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명예퇴

직을 했다가 올해 초 계약직으로 재입사했다. 퇴직 전 연봉은 3천만 원을 넘었

으나, 계약직으로 다시 입사한 뒤 급여는 연 1400만 원 수준으로 반 이상 깎였

다. 하지만 두달 동안 실업자 생활을 하던 이 노동자는 재입사 초기에만 해도

자신을 다시 불러준 회사를 고마워했다고 한다. “계약직으로 재입사했지만 1년

전까지만 해도 같은 직원이어서 동료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추석 상여금을

계기로 받는 돈만큼만 일하자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라고 심경을 밝히고

있다.

또 한국통신에서 20여 년 동안 114 전화 안내원으로 일하다 지난 5월 명예퇴

직한 뒤 한달 쉬고 계약직으로 재입사한 한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정규직으로

남은 후배들이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직장선배 대접을 해주지 않을 때는 몇 달

전까지 다니던 직장인데도 낯설게 느껴진다”며 “명예퇴직금을 회사에 되돌려주

더라도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통신은 구조조정

때 114 안내원 가운데 55%를 퇴직시켰다가 일손이 모자란다며 퇴직시킨 노동자

들을 계약직으로 다시 입사시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종업원 100인 이상 사업체 956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99

신규인력 채용동태 및 전망’에 따르면 기업 가운데 23.5%는 신규 인력수요 발생

때 “임시직·계약직을 채용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지만 실업률이 감소하고 있다는 이면에는 이처럼 임시직·일용직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빠른 속도로 정규직의 자리를 대체해 내가고 있

다. 이들은 언제 해고될 지 모르는 위협 속에서 또 자신이 비정규직이라는 설움

속에서 이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런 임시직·일용직 노동자들에 대해 민주노조운동이 나서서 이들의 고통에

함께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또 이렇게 구조적

으로 임시, 일용 노동자들을 양산하고 실업을 확대하고 있는 정리해고제, 변형

근로제, 파견근로제 등 노동악법의 철폐에 대한 투쟁계획도 없다.

민주노총에서는 하반기에 ‘정리해고 중단하고 주40시간 쟁취로 고용안정 보장

하라’는 구호를 주요하게 외치며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법제화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보다 먼저 프랑스에서는 35시간 노동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했

지만 오히려 임시직이 양산되고 변형근로제가 확산되며 실업문제가 악화되고 있

다고 한다. 프랑스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노동시간 단축이 고용안정과 실업

문제 해결의 전가의 보도가 결코 아닌 것이다.

이제 민주노조운동은 임시직·일용직 노동자의 고통과 아픔을 끌어안아서 그

들의 요구를 받아 안아 조직하고 투쟁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은 2000

년 산별노조의 시대를 열어 나간다는 민주노총이 임시직·일용직 노동자들을 어

떻게 민주노조운동의 주체로 세울 것인가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다면

산별노조 건설도 한낮 구호에 불과한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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