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노동자가 국가보안법 철페에 나서자!!

(투쟁기-국가보안법 철폐 3차 범국민 결의대회)

< 대회에 참석하면서 >

10월 30일, 염려했던 만큼은 춥지 않은 토요일 오후, 국가보안법 철페를 위한 3차 범국민 결의대회장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가볍지 않았다. 여수 순천반란 사건이 일어나던 해 탄생한, 이땅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을 더욱더 절망의 현실로 옥죄는 국가보안법에 대하여 여러 사회단체들과 종교단체들 심지어 집권여당마저 그 개폐정을 논의하고 있다지만, 아직 우리 노동자들에게 <국가보안법 철폐투쟁>은 기껏 운동권 사람들만의 논의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었다. 대회가 있으니 같이 가자는 내 말에 현장의 동료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운동권 학생들의 집회가 아니냐는 등의 물음에 그게 아니라 민주노총을 비롯하여 각 사회단체들이 모두 모인 범국민 대회라는 나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미심쩍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 사전집회 >

좁은 여의도 국민은행 앞을 가득 메운 5백여명의 대회 참가자들은, 내가 동료??설명했던 대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물론 그 중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던 점은 아쉽기 그지 없는 대목이긴 하지만…민주노총, 전빈련, 전철연, 전국건설일용직, 전해투, 민주택시연맹, 전국농민회, 전국연합 , 천주교 정의실현 실천 사제단, 보건의료, 청년진보당, 민주노동당이 모였다. 민가협과 유가협 어머니들, 안희수, 이상곤씨 등 장기수 어른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민주노총에서는 단병호 위원장과 이규재 부위원장이 참석했는데, 연설이 없어서인지 단 위원장은 대회 시작 때 보이다가 다른 곳으로 간 듯 했고, 이규재 부위원장만이 자리를 지켰다. 건설 일용 노동자들이 뜻 밖에 집회에 조직적으로 참석한 것이 놀랍고 반가왔다. 학생들이 준비한 현 수막이 여기 저기 내걸렸다. “양심세력 탄압하며 정권안보 악용해온 국가 보안법 폐지하라” “폐지! 국가보안법, 실현! 진보정치” 등등. 여전히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빠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의보노조 율동패가 문화공연을 했다. 공연과 함께 유가협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께서 나오셔서 발언을 했다. “이근안이 자수를 했다고 하는데, 자수를 한 건지 필요하니까 내놓은 건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너무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 사람 죽이는 국가보안법을 철폐하자”고 했다. 사회는 합동연대 집행위원인 오명현씨가 봤는데, 본대회를 시작하면서 “썩은 정치의 본당인 국회와 한나라당, 국민회의의 당사가 있는 여의도에 우리가 지금 앉아 있다”면서 “썩은 정치의 화신-한나라당, 국민회의를 박살내고 올해 안에 국가보안법을 폐지시키자”고 목청을 높였다.

본대회를 시작하면서 내빈소개를 했는데, 민가협을 소개하면서, 11월 4일 이면 국보법 철페을 요구하며 국회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한 지 1년이 된다고 했다. 그렇게 농성을 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러한 절절한 요구 앞에서도 ‘흔들림없이’ 무반응을 보이는 자본과 정부 역시 대단한 철면피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대회사 > “우리에겐 국가보안법 철폐가 죽고 사는 문제”-문정현 신부

본대회에서는 천주교 정의실현 사제단의 문정현 신부가 대회사를 했다. “이제 지난 몇개월간의 흔적이 보이고 있다. 굶고 삭발하고 집회에 참석 하느라 국보법 철페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은 지칠 정도로 부르짖고 있다. 배부른 사람들이 국보법을 개정하느니 마느니 하고 있다. 저들에겐 그것이 별 관계없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겐 국가보안법 철폐가 죽고 사는 문제이다. 3,40년간 감옥생활을 하고, 또 희생된 많은 이들의 한을 어떻게 할 것인가. 국민들의 70∼80%가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울산에선 국가보안법으로 감옥에 간 구청장의 아내가 다시 구청장으로 당선되었다. 국가보안법으로 사형당할 뻔한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국가보안법은 완전히, 그리고 철저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했다.

< 연대사 >

“국보법 철페에 대한 일본인들의 서명을 받아 왔다”

-일본인 이토 아키라, 이시히 하로시

연대사 순서에서는 일본인들이 나와서 연대사를 했다. 이토 아키라, 이시히 하로시씨는 연대사에서 “일본에서 국보법 철폐투쟁에 연대하러 왔다. 지난번 일본에서 5만명의 서명을 받아 가지고 와서 항의 서한과 함께 제출한 적이 있고, 이번에도 서명을 받아왔다. 75년도에 고려대를 다니던 친구가 국보법으로 고문당해 죽었다. 국보법이 일제시대 치안법에 그 근본을 두고 있고 고문 역시 그때와 비슷하다. 그렇기에 관심을 갖고 비인간적인 국보법 철폐운동에 결합하고 있다. 일본에서 남한의 국보법상 이적단체로 규정되어 남한땅을 밟지 못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 대한 반국가단체 철회와 국보법의 폐지를 위해 일본에서 함께 하겠다”고 했으며 마지막엔 한국말로 “열심히 운동하십시오”라고 해서 대회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 정치연설 >

“국가보안법은 완전 철폐되어야 한다” 최혁 청년진보당 대표

이어 청년진보당의 최혁 대표가 나와서 정치연설을 했다. “이근안은 한 두명이 아니다. 이근안을 만들고 비호하는 세력은 저 재벌이요, 옹호하는 것은 부패한 정치세력이다. 국회의원 작자들이 국회에서 지금 국가보안법 철폐가 아닌 개정을 하려 한다. 개정해서 또 누구를 탄압하려고 하는가”며 국보법의 완전한 철폐를 주장했다. 그리고 이기영 시인이 “나라의 망신살 국가보안법”이라는 제목의 시를 낭송했다. 삭발식 “부분개정, 기만개 정 국민회의 각성하라”-삭발식에서의 구호

여기까지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집회는 의외로 차분하고 조용하게 진행이 되었다. 연설이 있으면 연설을 듣고(장소가 좁아서 서서 참가한 사람도 많았다), 연설 끝나면 “와- 박수치고… 그러다가 삭발식이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삭발식이 진행되는 동안 사회자가 계속해서 투쟁의 결의를 모으는 말과 구호를 외쳤다.

“노동자의 정당한 임금인상, 근로조건 개선 요구에도 국가보안법을 들이 대 빨갱이로 몰아대는 국가보안법-생존권을 가로막는 국가보안법을 완전 철 폐하자!!” “부분개정, 기만개정 국민회의 각성하라!!” “국보법 철폐 반대하는 한나라당 박살내자!!” 등의 구호가 쏟아졌다. 삭발식이 끝나고 곧 영등포역으로 행진이 시작되었는데도, 즉석에서 삭발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삭발을 하고 있었다.

< 행진 > ‘한나라당사앞,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즉석 집회’

영등포역으로 가는 도중 한나라당사 앞에서 전경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계란을 던지며 당사 앞에서 잠시 대치를 했다. 민가협의 한 어머니가 그 와중에 방패로 막아선 전경들에게 혼자 다가가 한 전경의 모자를 벗기고 머리를 쥐어 박아주기도 해서 많이 웃었다. 몸싸움을 벌일 때는 집회 참가자들이 응원을 “으싸, 으싸” 외쳤다.

아무래도 이날 대회에서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이 아니었나 싶다. 여의도에서 영등포역으로 가는 길에는 민주노총 사무실과 근로복지공단이 있다. 근로복지공단 앞에는 고 이상관씨의 아버님이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전에 준비된 것도 아니었는데, 농성장 앞을 지나던 대회 참가자들은 즉석에서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가졌다. 전국노련과 전해투 노동자들이 주축이 되어 즉석 집회를 만들었다.

5분여 짧은 시간이었지만, 또한 왜 그곳에서 항의 집회를 갖느라 대오가 움직이지 않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게다가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아예 집회에 참석도 안하고 민주노총 건물쪽에 서 있긴 했지만, 농성중이던 고 이상관씨의 아버님이 환히 웃었다.

< 대회에 다녀와서 >

정말이지 대회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월 31일부로 근로복지공단 앞 천막을 철거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들이 들렸다. 산업재해로 하반신이 마비되고, 근로복지공단의 관료적 사무처리로 결국 죽음에 이른 고 이상관씨의 죽음은, 국가보안법 철폐와 아무 연관없는 일이 아니란 걸 몸으로 배울 수 있었다. 늘 당하는 건 가난하고 가진 것 없는 우리 노동자들이다. 이번에 국보법이 얼럴뚱땅 개정이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또 우리 노동자들이 뒤집어 쓸 것이다.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사전에 준비된 집회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구호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함성들도 지르면서 집회에 함께 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한나라당 앞에서 신나게 항의했다면, 근로복지공단 앞에서는 진지하게 적극적으로 결합했다. 자연스럽게 터져나오는 투쟁들에 조금 더 열심히 결합해서 같이 싸워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했다.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학생들만, 소수 명망가들만 있다면, 그 투쟁은 실패할 것이지만, 우리 노동자들이 대대적으로 결합한다면 그 투쟁은 이미 이긴 것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노동형제들에게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의 의의를 널리 알리고, 함께 싸울 중요한 때란 걸 이번 결의대회를 통해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노동자와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생존권과 정치적 자유를 위하여 국가보 안법을 반드시(!)그리고 완전히(!) 철폐하기 위하여 우리 모두 투쟁에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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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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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 사람은 푸른곰(김경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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