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건강 3

자판을 두드리는 사람들

김은희/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처장

ㄱ양은 원고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교정을 보는 출판사 전산실에서

일했다. 입사 당시에는 아침 9시에 출근하여 오후 6시까지 근무한 뒤

저녁식사를 하고, 다시 6시40분부터 9시30분까지 하루 10만타를 입력

했다. 이런 식으로 매일 반복하자 입사한 지 1년도 안돼서 어깨가 심

하게 아프기 시작했고 늘 파스를 붙여야 했다. 그러더니 언젠가부터

손에 쥐는 힘이 없어져 웬만큼 무거운 것은 들어 올릴 수가 없고, 종

종 손에 든 그릇을 놓쳐버리기도 했다. 밤에는 목이 너무 아파 베게

를 벨 수도 없다. 머리를 감을 때 고개를 가누기도 힘들어 지고 시간

내 즐기던 기타도 손목이 아파 칠 수가 없었다.

컴퓨터단말기(VDT) 작업은 경견완장해, 눈의 피로 및 장애, 전자

파에 의한 영향, 스트레스 등의 건강문제를 일으키는데, 이를 ‘VDT

증후군’이라 한다. 그 동안에는 사무직 노동자들의 고통은 대개 개인

적 질병으로 치부되어 왔다. 그러나 90년대초 은행노조와 한국통신노

조에서 조사를 한 결과 집단적으로 직업병이 심각하다는 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무직 노동자들의 직업병 인정투쟁 결과, 최근에는 ‘경견완장애’,

‘VDT증후군’이라는 직업병을 정부도 인정하고 예방지침도 만들었다.

그러나 아직도 사무직 노동자들의 직업병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사무자동화가 더욱 진척되고 노동강도가 강화되며 이 분야에 종사하

는 노동자가 늘어남에 따라 VDT 증후군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

된다. 노동조합이 앞장서서 좀더 적극적으로 직업성 경견완장해를 밝

혀내는 것은 VDT증후군의 예방을 위한 첫 과제이다.

한국통신에서 일하다가 직업성 경견완장해를 얻게 된 한 여성노동

자의 호소가 가슴을 찌른다. “우리는 회사일에 열심이었습니다. 그 결

과로 회사는 발전했고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지요. 그

러나 지금 우리는 직업병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고통은 언제나 우리

들의 몫이었습니다. 이제는 같이 나눌 때가 되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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