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대책위 ‘3대 요구’ 의미
박하순/민주노총 정책부장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전면거부”
노동자 제물삼고 혈세로 기업살려 독점자본에 헌납?
민주노총 대우그룹 구조조정 대책위원회(대우대책위·위원장 허영구)
가 계열사 처리문제와 관련해 내놓은 ‘3대요구’는 각급 회의단위와 여
러 경로에서 제기된 의견을 집약한 것이다.
현재 정부와 채권단이 추진하는 대우그룹 구조조정은 많은 문제를 안
고 있다.
우선 계열기업 부채 거의 모두를 일단 국민에게 떠맡긴다(‘부채의 사
회화’)는 구상이다. 국공유 금융기관이 분담하는 손실은 곧바로 국민
부담이고, 그 과정에서 부실이 깊어지면 공적자금을 쏟아부어야 할텐
데 이 또한 국민부담이 된다.
이를 통해 재무상태가 정상을 되찾으면 민간에 매각하겠다는 것인데,
올해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로 맞춰야 하는 국내재벌들에게 그럴 만
한 능력이 있을 리 없다. 이들 기업을 매입할 수 있는 것은 충분한
자금력을 지닌 초국적자본뿐이다.
한편 채권단은 매각이전에 자신의 손실을 보상하기 위하여 기업가치
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자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제물로
삼겠다는 것이다. 물론 노동에 대한 공격은 매각 이후에 초국적자본
에 의해 진행될 수도 있다. 어떻든 채권단은 노동에 대한 공격을 통
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초국적자본은 새로운 이윤축적기회를 얻게 된
다.
결국 IMF 관리체제 이후 진행된 다른 구조조정과 다를 바 없이, 기
업부실에 따른 짐은 대부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구조조정의 혜택은
초국적자본에 안겨주게 된다. 이 역시 그 동안 숱한 비난의 화살을
받아온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인 셈이다. 때문에 3대요구는 이같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를 전면거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한편 ‘재벌이나 초국적자본에 매각하더라도 고용이나 노동조건만 보
장되면 그만 아닌가’하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한마디로
‘고용·노동조건 보장’은 불가능하다. 설령 당장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길게 보아 내외독점자본이 강화되면 중소기업 노동자와 소비자
에 대한 수탈 또한 강화되는 게 정설이다.
특히 초국적자본에 매각하는 것은 이들의 ‘글로벌 소싱(세계적 조달)
전략’과 유연화전략으로 노동자 뿐만아니라 연관산업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재 초국적자본은 이익이 될 만하면 쉽게 들어
왔다가 상황이 나빠지면 쉬 철수해 버리는 금융투기적 속성이 강하
다. 그 피해를 고스란히 한국 노동자와 국민이 지게 됨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80년대에 외채를 주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초국적자본의
직접지배력이 커진 남미국가가 계속 재발하는 경제위기에 시달리고
있음이 좋은 본보기다.
‘민영화시대에 공기업화가 말이 되느냐’는 반론도 있을 법하다. ‘민간
기업은 효율적이고 공기업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인데 꼭 그렇지만
은 않다는 게 그동안의 경험이다. 외환위기를 부른 주범이 비효율적
이라던 공기업이었는지, 아니면 효율적이라던 민간독점재벌의 독점적
경쟁 탓이었는지만 봐도 그것은 분명해진다. 이것만으로도 대우대책
위의 공기업화 주장은 설득력이 높은 대안이다.
나아가 경영진의 부패를 막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일반국민과
노동자의 경영참가, 밑으로부터의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것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위원회’의 대안처럼 사외이사 몇 자리 배정으
로 될 일은 아니다. 나아가 대우사태를 계기로 제기된 제대로된 공기
업화가 대우계열사에만 국한될 일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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