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단축 관련 자본논리 반박
윤우현/민주노총 정책국장
21세기에 ‘인건비 쥐어짜기’ 19세기 발상
의욕향상으로 생산성 증대… ‘임금상승효과’ 덮고 남아
최근 경총은 “주40시간제를 도입하면 14.7%의 임금인상 효과가 발생
하기 때문에 요즘같은 시기에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고용창출효과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노동시간단축을 반대하고 있다.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면 그만큼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총의 주장은 한마디로 억지주장일 뿐이며, 한국 기업들의
‘인건비 쥐어짜기식 경영행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우
선 노동시간은 자본주의가 성립된 이래 끊임없이 단축되어왔고, 동시
에 그만큼 노동자들의 임금 및 소득수준도 향상되어 왔다. 경총의 논
리대로라면 연간 노동시간이 1300시간-1500시간대인 유럽국가들은
모조리 망해야 할텐데 현실은 어떤가. ILO의 발표가 아니라도 일을
많이 한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
반대다.
일반적으로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가장 두드러진 효과는 생산성의 향
상이다. 일본 노동성의 ‘노동시간백서'(1991)에 따르면, “노동시간단
축은 경영개선, 노동자의 의욕향상 등을 유발함으로써 노동시간이
1% 줄어들 때 생산성은 3.7% 높아진다”고 한다. 주40시간제 도입으
로 실노동시간이 지금(주 46시간)보다 2시간(4.3%) 줄어든다면 생산
성은 15.9% 증가한다. 일본과 조건이 다른 것을 감안해도 최소 10%
이상의 생산성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98년
도 실질임금 하락분까지 감안하면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임금상승효과
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98년 기업의 총매출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9.8%로 97년 11.4%에 비해 1.8% 줄어들었
다. 정리해고, 임금삭감등으로 인건비 비중이 큰폭으로 줄어든 것이
다. 경총의 주장대로 노동시간단축시 14.7%의 임금인상효과가 있다고
할 경우, 인건비 부담은 총매출액 대비 1.4% 증가할 뿐이다. 게다가
부실 채무경영으로 인한 기업들의 총매출액대비 금융비용부담액은 97
년 6%에서 98년 9.3%로 3%이상 늘어났다. 이렇게 볼 때, 기업들이
현재 400%이상 되는 부채비율을 정부방침대로 200%수준으로 줄이기
만 해도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부담액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영업
이익률(6.1%)은 국제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임에도 금융비용 등을 감
안한 경상이익률(-0.3%)이 세계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과다부채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세계 어느나라를 봐도 법정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임금을 삭
감한 예가 없다. ILO조약 제47조는 노동시간단축은 생활수준 저하없
이 추진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89년 임금삭감 없이
법정노동시간을 주44시간으로 단축한 바 있다. 물론 민주노총은 법정
노동시간이외에 노동시간단축협약을 통해 일자리나누기를 한다거나
할 경우 노사간의 합의를 통한 임금조정까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 다른 나라처럼 노·사·정이 소득보전기금을 마련하여 각각
그 비용을 분담하자는 것이다. 현재도 고용보험기금으로 노동시간단
축시 그에 따른 임금삭감분의 1/2(대기업) – 2/3(중소기업)까지 지원
하는 제도가 있지 않은가. 그 기금을 대폭 늘려서 활용한다면 대량실
업시대에 고용안정대책으로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경총의 임금인상타령은 한국기업들이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경영
개선을 통한 수익률증대를 도모하기 보다는 손쉬운 인건비만 쥐어짜
서 수지타산을 맞추려는 전근대적인 발상에 불과하다. 최근 재벌들
의 구조조정이 경영체질개선 보다는 부채탕감이나 특혜, 자산재평가,
정리해고, 인건비 삭감 위주로 변질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
다. ‘인간을 노예로 만드는 신자유주의에 저항해야 한다’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경고가 아니라도 경총은 최근의 경제파탄에 대한 책임
을 지고 겸허히 노동시간단축에 관한 노동자의 목소리를 수용해야 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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