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용역업체에 소속돼 있는 A씨(32)는 지난해 말부터 컴퓨터 주변기기 생산업체인 H사에 파견돼 근무하고 있다. 지방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A씨는 파견근무가 시작될 때에는 비서직으로 일하게 되는 것으로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A씨는 전화받기, 문서작성 등 잔일을 하면서 간간이 사장의 승용차 운전까지 해야 한다. 심지어는‘야간근무’라는 이름으로 사무실 경비 역할을 할 때도 있지만 파견직원이라는 것 때문에 불만 따위는 입도 벙긋 못한다.
이렇게 일하고 그가 받는 월급은 80만원이 조금 넘는다. A씨는“내가 비서인지 경비원인지 헷갈릴정도”라며 “그렇지만 일하는 곳 사장이 시키는 걸 안하면 파견업체에서 바로‘회수’하고 다른 사람을 들여보내기 때문에 불평같은 것은 입에도 못 담는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파견업체 대부분이 영세하고 법규를 위반하는 사례가 많은데도 정부의 관리·감독은 미약해‘노동권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8일 노동부에 따르면 근로자 파견업체수는 전국 1천95곳으로 1년전에 비해 3배로 늘어났다. 파견자 수는 모두 4만6천여명이다. 그러나 그중 상용 근로자는 1만5천여명으로 32.4%에 그쳐 고용이 극히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견근로자의 주요 업무는 비서·타자원 등이 9천여명(22.3%),자동차 운전원(10.5%), 전화외판원(9.8%), 컴퓨터전문가(7.1%) 등이다. 국제통화기 금(I MF)체제에 들어선 뒤 노동시장을 유연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제정된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는 근로자 파견의 대상이 되는 직종을 26가지로 제한해 놨지만, 실제로는 A씨처럼 파견 당시 맡기로 한 업무 외의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파견업체가 난립하면서 대부분 영세한 규모인 파견업체들의 횡포와 법규위반도 심각한 실정이다. 노동부가 파견업체 운영실태를 단속한 결과 파견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파견기간·대상업무 위반, 허가기준 미달 등 법규 위반 사례가 지난 1년동안 1백36건이나 적발됐다. 그러나 법규를 어겨도 허가취소는 4건, 영업정지 1건에 그치고 대부분 시정명령이나 경고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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