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연대와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가 7일 제기한 `의료보험통합반대 서명자 조작’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서명운동의 주체였던 직장의보와 한국노총은 시민 여론을 호도해 국가의 주요정책결정을 뒤바꿨다는 비판과 함께 비도덕적 행태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보통합은 김대중 정부가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대표적인 개혁과제의 하나였으며,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사항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의혹 제기는 앞으로 정부 정책 결정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길리서치의 조사 결과 한국노총과 직장의보가 국회와 여야에 제출한 서명용지에 든 서명인 514만여명 중 4분의 1가량인 135만명 정도만 실제로 서명운동에 참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380만명의 서명은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국회본관 528호실에 보관된 서명용지 사본을 실제로 조사해본 결과전체 서명자 수가 514만명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 취재진이 자로 재본 이 서명용지 사본 86묶음의 총 높이는 1994.1㎝였다. 그런데 20㎝ 높이의 서명용지를 실제 세어본 결과 1819장이었다. 따라서 이 서명용지는 총 18만1363장 가량되고, 1장에 20개의 서명란이 있으므로 서명인 수는 최대 362만7267명 가량일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실제 서명자 수는 95만7550명 가량으로 줄어든다. 한길리서치의 조사결과 26.4%만이 실제 서명에 참여했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과 직장의보는 그동안 자영업자 소득파악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적어도 2년간 의보통합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노동계에선 직장의보가 통합에 반대하는 실제 이유는 직장의보 조합마다 수억∼수백억원에 이르는 조합 적립금과 의보통합으로 인한 구조조정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주요 개혁과제들을 내년 총선을 의식해 늦추거나 포기하는 정부·여당의 태도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지난 9월께부터 과세특례제 폐지, 호화주택 과세 강화, 금융소득종합과세 실시등 개혁적 성격의 과제들을 연기·무력화하는 방침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이번 사건은 여론조작을 통해서라도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반개혁적 직장의보 노조가 총선에 대비해 여론의 눈치를 보는 정부·여당의 약한 고리를 파고든대표적 사례”라며 “최근의 약분업을 둘러싼 논쟁에서 일부 이익단체들이 또다시 억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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