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을 `전태일거리’라고 부릅시다.”

지난 70년 11월13일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며 몸을 살랐던 전태일 분신 29돌을 맞아 그의 땀과 피로 얼룩진 청계천 일대를 `전태일거리’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씨가 분신한 청계천 6가 평화시장 비(B)동 들머리에 역사적 상징물을 세우고, 그가 노동자들과 눈물과 한을 나누었던 청계천 3~8가 일대를 `전태일거리’로 명명해 분신의 의미를 역사에 남기자는 것이다.

전태일기념사업회(회장 김금수·노동사회연구소장)는 최근 “지금도 소규모의 봉제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청계천 일대야말로 전씨의 삶과 죽음이 포개진 `역사적 장소’”라며 서울시에 명칭 개정 민원을 낸 데 이어 분신 29돌을 계기로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 등과 함께 서명운동과 시민 캠페인을 펼치기로 했다. 사업회는 가로에 특정 인물의 이름을 붙이자고 나서게 된 배경을 두고 “그의 죽음이 노동운동의 도화선이 됐을 뿐 아니라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사회제도의 개혁을 촉구하는 것이어서 사회적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씨 어머니 이소선(69)씨는 “`전태일거리’ 지정은 청계피복노조를 비롯해 노동자들 스스로가 원해 왔다”며 “이렇게 불릴 경우 태일이를 몰랐던 사람들도 그의 삶과 분신의 의미를 돌이켜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붙이는 문제는 그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충분하게 이뤄져 시민적 공감대가 널리 형성돼야 한다”며 “유명한 인물이라도 사후 100년이 지나지 않는 인물은 지명에 표시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내세워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시 관계자는 “도로나 다리 등에 이름을 붙일 때는 역사학자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지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며 “특정 인물에 대한 요청이 많아 지난 85년 지명위원회를 구성해 `사후 100년’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시의 이런 방침에 따라 중구청은 신당동 4가 김종필 총리 집 앞 도로를 `운정가’로 명명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지명위원회 위원장인 강홍빈 서울시 제1부시장은 “`전태일거리’ 같은 개별 사안에 앞서 이를 계기로 명명 원칙과 기준을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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