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교와 재능교육은 내로라하는 학습지 업계의 선두주자다. ‘눈높이 교육’과 ‘스스로 학습’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 두 업체는 명실공히 공교육과 함께 어린 학생들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사교육의 산실이다.
그런데 학습지업계 순위 1, 2위를 나란히 점유하고 있는 이 곳에서는 지금 노사갈등이 연속적으로 불거져 나오고 있다.
* 대교와 재능교육 노사갈등 장기화
대교노조(위원장 최흥산)는 72일째 신림동 본사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8월 24일 노조탄압과 부당노동행위 중지를 요구하며 시작한 농성은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던 여름철에는 천막에서, 서울지법이 회사(회장 강영중)의 업무방해를 이유로 ‘점유해방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지난달 29일 천막이 철거돼 현재 찬바람을 맞으며 노숙농성, 전국 순회투쟁을 벌이 고 있다.
또한 재능교육노조(위원장 손미승)는 18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 곳 역시 노조탄압과 부당노동행위의 철회를 촉구하며, 서울지노위의 조정이 최종 결렬되면서 결국 지난달 26일 전국에서 300여명의 조합원이 상경한 가운데 전면적 파업에 돌입했으나, 현재까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난 8일에는 대표적인 비정규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인정을 받지 못하는 학습지교사들이 노조를 만들었다. 재능교육(회장 박성훈)의 서울·경기지역의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재능교사노조(위원장 김수복)가 신고필증을 제출해놓은 상태로, 본격적인 조직화와 투쟁을 다짐하고 나서는 등 최근들어 학습지업계의 노사갈등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 학습지업계 노사갈등 봇물, 이유가 뭔가?
이들 학습지업체 노사갈등의 이유는 거의 비슷하다. 노조의 일차적인 불만은 학습지업체가 등장한지 20여년의 세월동안 학습지시장은 급속히 팽창되고 매출도 수십배 늘어났지만, 종사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낮은 임금과 하루 12시간 이상의 근로시간뿐이라는 것이다.
대교의 경우 지난해 5,700억원의 총매출과 749억원의 경상이익에도 불구하고 올해 임금교섭에서 회사측은 임금동결을 요구했다. 또한 대부분의 종사자들은 하루 12시간 이상의 근로를 하면서도 시간외 수당이 주어지지 않고 있어, 노조는 올해 임금교섭에서 임금인상 14.5%, 성과상여제 600% 보장, 시간외 근로수당 지급 등을 요구했다.
이에 지난 6월 시간외 근로수당을 지급, 근로시간 개선을 위한 노사협의 기구를 구성키로 한 중앙노동위의 조정안에 노사가 합의하면서 임금교섭이 마무리되는 줄 알았는데, 회사측이 조정안 합의 이틀만에 변형근로시간제를 발표하면서 또다시 갈등이 불거졌다. 회사측의 ‘근로시간개선안’에 따라 현재 대교 지국의 직원들은 평소와 같이 출근해도 점심시간 3시간이 적용돼 퇴근시간이 똑같이 밤늦은 시간이 되더라도 시간외 근로수당이 주어지지 않 고 있다.
노조측은 회사측이 노조간부를 이동발령한 후 무보직 대기발령을 시키고, 조합원들에게 압력이 압박이 가해지면서 노조결성 초기 600여명에 이르던 조합원이 무더기 탈퇴를 통해 지금은 40여명의 공개조합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비공개 조합원으로 노조활동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능교육노조 역시 학습지 시장의 성장만큼 대가를 지불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능교육노조에 따르면 IMF 이후 97년 276억원, 98년 234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지난 2년간 임금동결, 상여금 삭감, 격주휴무제 폐지하는 등 근로조건이 오히려 후퇴했다며 불만을 표출, 지난 6월 노조를 결성했다. 그러나 노조설립 4일만에 손미승 위원장이 해고되고, 현재 지국장의 조합원가입 자격을 놓고 첨예한 노사대립을 벌이고 있다.
* 또다른 갈등의 핵, 비정규직 학습지 교사
학습지업계에는 또다른 노사갈등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비정규직인 학습지 교사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고있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는 대표적인 경우.
현재 학습지교사는 전국 5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이들은 회사와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정규직과 같은 임금· 근로조건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재능교사노조에 따르면 재능교육의 경우 교사가 관리예치금 150만원을 내고 입사하고,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12시간 이상을 근무한다. 그러나 이들은 도급계약을 통한 독립사업자라는 신분으로, 회원을 인수받아 회원과 관련된 모든 관리는 전적으로 이들의 책임이다. 따라서 따로 임금도 없고, 퇴직금도 없다. 또 만약에 회원이 천재지변을 통해 더이상 관리를 받지 못하게 되더라도 그 손실에 대해서는 담당했던 교사가 책임, 손실분을 지급해야 하는 구조다.
특히 재능교사노조는 관리예치금의 쓰임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50만원에 8,500명의 재능 학습지교사를 곱하면 이 돈은 120억원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그 쓰임새나 이자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으며, 직장을 관두더라도 회원이 줄어든만큼 손실액을 보상해야 하기 때문에 손에 떨어지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재능교육의 한 직원은 “여태껏 교사들은 재능교육에 다닌다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이제는 어느 지역을 계약한 사장이라고 소개해야 하냐 “며 분통을 터트렸다.
* 묵혀왔던 불만 표출…직원 희생으로 번 돈은 어디로?
이같이 학습지업계에서 노사갈등이 본격화된 것은 그동안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돼왔던 종사자들이 노조설립을 기점으로 그동안 묵혀왔던 불만들을 일제히 표출하는 과정으로 분석된다.
지난 89년 대교, 재능교육 모두 노조가 설립된 적이 있었으나, 당시 대교의 경우 2차례 파업끝에 노조가 해산됐고, 재능교육도 와해된 바 있다. 이 때 정규직이었던 학습지 교사들에 대해 회사측은 ‘교사사업부제’를 도입해 노조를 조직할 수 없는 비정규직으로 전환, 현재도 노조활동이 자유롭지 못 한 상태다.
노조측에서는 종업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열심히 일해왔음에도 회사 측에서는 부동산 매입 등 종업원 복지와는 다른 곳에 돈을 쓰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대교노조는 지난 9월 강영중 회장이 지난 96년 10월 서울 한남동에 회사 돈을 들여 지하1층(184평), 지상 1, 2층(각 90평) 건물을 짓고 교육연구시설로 등록했으나, 실제는 개인주택으로 이용했다며 ‘회사공금횡령’ 의혹을 제기했다. 재능 역시 지난해 토지매입에 200억원, 건물매입에 96억원 등 300억원의 부동산을 사들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들은 “IMF이후 학생들이 학원에서 학습지로 발길을 돌리면서 오히려 돈을 더 벌어놓고, 회사는 부동산 매입 등 사업영역만 확장했다 “며 “그동안 직원들에게 강요했던 임금삭감분을 돌려주고, 연장근로수당도 지급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현재 총 매출액 2조원 규모의 우리나라 학습지 시장은 지난 75년 대교가 공문수학연구회로 출발한 이후 현재 1년 매출액 5,800억원의 대교, 2,400억원의 재능교육, 1,700억의 구몬, 1,000억원의 웅진 등 4대업체를 비롯해 한솔, 영교, 장원, 아이템플 등의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등 학습지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마다 약간의 차이들은 있겠지만, 근로 조건은 별반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교, 재능교육의 노사갈등은 타 업체에도 상당할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최대의 핵인 비정규직 학습지 교사들의 문제는 재능교사노조의 시작으로, 향후 근로자 자격인정에 대한 법적 해석이 요구되는 등 사회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최흥산 대교노조 위원장은 “그동안 열악한 근로조건을 강요당해오다 노조를 구심점으로 학습지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의 권리찾기에 나서게 된 것”이라며 “노조는 전체 학습지 업체의 노동기본권 확보의 토대가 될 것이기에 조직화 사업 등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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