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네트워크]
탈세와 노조탄압을 일삼는
(주)보광에 맞선 구미지역 노동자들의 투쟁!
박영아
낙동강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이 제법 춥다. 한여름의 푸른 가로수 잎들이 노랗
고, 빨갛게 단풍이 들더니 몇 번 내린 가을비와 입동에 들어서는 몇 차례의 바
람에 잎들을 떨구었다. 낙동강변을 끼고 달리는 강변도로 제일 끝에 자리잡은
(주)보광 회사 앞에는 약 20일 전부터 두 동의 텐트가 설치되었다. 한 동의 텐
트 “이제까지 간부들만 열심히 했는데 우리 조합원도 발벗고 나서야 합니다.”
“끝까지 해봅시다. 모두 한 배를 탔는데 여기서 지면 우리는 이 회사에 더 이
상 다닐 수 없습니다.”
“자, 지금까지 좋은 얘기들 많이 나왔습니다. 이 같은 결의라면 우리는 반드
시 이길 것입니다. 정말 힘이 납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를 지역협의회 사무국장으로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조합원 간담회를 이끌던 조용의 위원장이 내부토론을 한차례 정리하며 구체적
투쟁방향에 대한 토론으로 말을 잇는다.
나머지 한 텐트에서는 보광투쟁에 연대하러 온 지역의 노동자들이 보광 노동
조합의 간담회가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며칠 전 있었던 지역 연대 집회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주 보광 앞에서 규탄집회를 끝내고 삼성전자까지 거리행진을 하고 마무
리 집회를 할 때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주)보광 앞에서 출발한 약 250명의 동
지와 한국합섬 앞에서 집회를 마치고 참여한 250여 명의 동지가 주공 사거리에
서 만나 500명의 대오로 불어나 삼성전자 앞까지 갈 때 이것이 바로 연대의 힘
이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이제 보광 노조가 좀 더 강하게 나가야 하지 않을까? 구미지역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선전되고, 문제가 되어야 해결되지 않을까?”
이렇게 구미지역은 지금 (주)보광 노조 사수투쟁에 연대의 힘이 집중되고 있
다.
(주)보광은 얼마전 수백억 탈세로 구속된 홍석현이 대주주이며 그의 동생 홍
석규가 사장으로 있는 사업체이다. 보광은 87년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코닝 구미
공장이었다가 88년 (주)보광으로 법인체를 달리 하였다. 그 후 삼성그룹의 위장
계열사로 있다가 99년 4월 (주)보광그룹으로 떨어져 나갔다. (주)보광은 텔레비
전과 모니터 등의 중심부품인 전자총에 들어가는 핵심부품과 공업용 큐빅을 생
산하는 현장 생산인원이 약 120여 명인 알짜기업이다. 회사는 세계적으로 48%를
독점하고 있는 핵심부품으로 떼돈을 벌고 있다. 그런데 홍석현은 수백억의 탈세
를 하는 등 50억짜리 집을 지니고 떵떵거리고 살면서도, 노동자들에게는 IMF를
빌미로 몇 년간 임금을 동결하였다. 삼성그룹의 위장계열로 있으면서 근로조건,
임금은 그룹의 타 업체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관리자들이 현장노동자들에게
폭행까지 가하는 비인간적인 횡포를 부려 인간다운 대접을 바라던 노동자들을
분노케 하였다.
올 7월 노사협의회 위원장으로 있던 오인섭 동지가 1년간 노사협의회를 하면
서 조사하였던 잘못된 경영사례와 고쳐야할 점등을 정리한 문서를 가지고 서울
본사에 가서 사장 면담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사장면담은 못하고 구미공장에 내
려가서 얘기하고 해결하자는 이하우 이사의 말을 믿고 구미에 내려오니 그를 기
다린 것은 해고였다. 이틀 반나절 휴가원을 내고 서울 본사에 갔다왔으나 회사
측에서는 휴가처리를 하지 않고 무단 결근이라 하여 해고시킨 것이다. 오인섭
씨가 조사해서 정리한 문건에 구미사업부 현장에 자동화 설비를 한다하여 기계
를 새로 들였으나 제대로 작동도 하지 않고 서있는 점, 관리자 마음대로의 편파
적 인사 등의 내용은 한번 논의도 되지 못한 채 사장되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위에서는 탈세하여 사리사욕을 채우고 그것이 밝혀
지니 언론탄압이라고 중앙일보를 내세워 난리를 치더니, 아래에서는 잘못된 경
영관행에 대해서 지적하면 12년간 열심히 일한 노동자에게 해고라는 사형선고를
내리는 곳이 바로 (주)보광이다.
썩을 대로 썩은 (주)보광을 바로잡고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노동
조합을 결성해야만 했다. 해고된 오인섭 동지와 조용의 위원장은 20여 일간 조
합원을 꾸준히 만나면서 준비하여 드디어 8월 16일 노조를 결성하였다. 노조를
결성할 때도 회사측에서는 사전에 알고 관리자들을 동원하여 결성식장 문 앞을
지켰다. 노동조합 간부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곧바로 현장에 들어가 3교대로 일
하고 있던 동료들에게 노조 가입원서를 받고 회사 앞마당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밤샘농성에 들어갔다. 회사정문 앞에서는 지역의 노동자들이 돗자리를 깔고 밤
샘농성에 돌입하였다. 회사측에서는 그 다음날 오후에 해고자 원직복직을 포함
한 노동조합의 요구를 100% 수용하였다. 예상보다 쉽게 노동조합 결성투쟁이 승
리로 끝난 것이다. 그러나 삼성의 무노조 정책이 그대로 적용된 (주)보광의 노
동조합 말살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겉으로는 임단협 협상에 임하는 척
하며 노무사를 교섭위원으로 임명하는가 하면 교섭을 해태하고 지연하였다. 보
광 본사에서 긴급 파견된 전기상 부장의 총 지휘아래 돈과 관리자조직을 총동원
한 노조탈퇴공작을 벌였다. 처음 107명이었던 조합원이 점차 줄어 46명까지 되
었다.
저들의 속셈은 ‘조합원이 노조 가입대상의 과반수가 되지 않으면 유일 교섭단
체가 되지 않는다’는 노동악법 조항을 악용해 삼성그룹의 타 업체들처럼 노동조
합을 없애고 노사협의회나 만들자는 것이다. 처음 노조결성 시에 합의했던 노조
활동 보장이라는 교섭내용은 헌 신짝이 되었다. 관리자들은 한번도 시켜준 적이
없는 회식을 3일이 멀다하고 시켜주면서 그 자리에서 노조탈퇴를 강요하였다.
그래도 탈퇴하지 않으면 단란주점으로 불러내어 접대부까지 동원하여 술을 먹이
고 여관방까지 마련하여 동침하게 하는 등 파렴치한 짓마저 서슴지 않았다. 또
조합원이 없는 사이에 집에 찾아가서 탈퇴하지 않으면 잘릴 수도 있다는 말로
부인을 협박하고, 삼성계열사에 다니는 친인척을 동원하여 탈퇴를 강요하게 하
고…. 이루말로 할 수 없는 모든 방법이 동원되었다.
드디어 노동조합에서는 10월 20일 경 노조탄압을 규탄하는 텐트농성을 시작으
로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하였다. 그러나 텐트는 삽시간에 몰려든 관리자들에 의
해 박살나고 노조 산업안전부장은 허리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있었다. 소식을 들
은 구미지역의 노조간부들은 한달음에 달려와 회사측의 폭력에 항의하다 폭력·
주거침입 등의 죄명으로 고소·고발되기도 했다.
10월 22일부터 (주)보광 앞 정문에는 구미민주노총 동지들의 ‘부당노동행위
근절 민주노조사수를 위한 농성장’이 마련되었다. 각 노동조합에서도 현안 문제
가 산적해 있지만 “99년 한해동안 대중적 투쟁으로 만들고 지켜낸 소중한 민주
노조를 사수하기 위해서는 연대투쟁에 총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구미지역
협의회 대표자회의에서 결의하였다. 노동조합의 지지방문은 새벽까지 이어지고
보광 정문 앞과 노동부 앞에서는 규탄집회가 연일 계속되었다. 그러나 노동부에
서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고 언론은 거의 입을 다물
었다. 그 뿐만 아니라 10월 30일 경찰서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던 대하합섬 최영
술 노조위원장이 긴급체포되는 일까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탄압도 지역연대
투쟁의 열기를 꺾지 못했다. 오히려 2박3일로 예정되었던 대하합섬 전 간부 수
련회가 장소를 보광 정문 앞으로 옮겨져 농성투쟁으로 이어졌고, 퇴근하는 조합
원들이 보광 정문 앞으로 달려와 연일 규탄집회에 동참하는 등 투쟁의 기세가
더욱 가열되고 있었다. 이러한 투쟁에 힘입어 최영술 위원장은 11월 11일 구속
적부심에서 석방되었다.
한편 보광 노조에서는 임단협 교섭과 관련하여 조정신청을 하였는데, 노동부
는 ‘성실교섭’을 조금 더 하라는 행정지침을 내려 회사측을 비호한다는 의혹을
샀다. 보광 노조는 내부의 동력을 높이며 11월 18일 2차 조정신청을 하는 조합
원 찬반투표에 돌입한다. 지역연대의 힘으로 회사측의 무단적인 탄압이 주춤하
는 사이에 보광 조합원들은 주체적이고 강도 높은 결의를 모으며 힘찬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탈세나 일삼으며, 무단적인 노조탄압까지 자행하는 천민적 자본을 더 이상 방
치할 수 없다. 구미지역 노동자들은 (주)보광의 민주노조를 사수하고 인간성을
파괴하는 노조탄압을 일삼는 자본의 못된 버릇을 고치고 새 천년을 희망으로 맞
이하자는 결의가 드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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