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대우해법은 공기업화 뿐
-김성구(한신대 경제학부, 사회진보연대 정책위원장)
대우대책위가 해외매각반대, 공기업화, 생존권보장의 3대 요구를 결집함으로써 대우해법은 공기업화로 가닥을 잡았다. 민주노총 외부의 노동사회단체들에서도 이런 요구에 공감대를 확대해 왔다. 이런 해법은 대우 해결의 유일하게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해법이어서 대우대책위의 결정은 대우문제 해결의 중대한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 대안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관철시키는가 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대우대책위와 민중운동진영이 투쟁동력을 어떻게 동원하는가 하는 쉽지 않은 과제가 제기된다. 공기업화 요구에 대한 불확신 또는 일종의 공포도 이를 위해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한다. 세계화와 민영화의 시대에 거꾸로 가는 공기업화를 주장한다? 혹시 해외매각이 되어 선진 일류기업 하에서 생산과 고용이 보다 확실해지지 않을까? 2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국민에게 어떻게 설득하는가? 공기업 하에서도 기업이 위기인데 정리해고와 임금삭감을 막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노동자대중의 투쟁동력은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대우계열사의 워크아웃 결정과 관련하여 대우 해법에는 두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시장주의 방식으로 청산하는 것, 다른 하나는 워크아웃으로 회생하는 것이다. 워크아웃이 결정된 지금도 일각에서는 개별기업의 워크아웃 여하에 따라 전자의 길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된다. 이른바 청산가치와 존속가치를 비교해서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만도 못하면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런데 워크아웃 결정 이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특히 (주)대우, 대우차, 대우조선, 대우전자 등 주력 기업에 대해 시장주의 방식으로 청산한다는 것은 쉽게 말할 수는 있어도 실행하기 어려운 해법이다. 왜냐하면 시장청산이 가져오는 엄청난 파급효과, 이를테면 부품업체를 포함하는 일련의 기업도산, 관련 금융기관의 도산, 노동자의 대량실업 등 그 파장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산가치와 존속가치를 비교하는 것도 개별기업의 관점에서 계산하는 것 뿐이고 개별기업을 넘어서는 파괴적인 효과와 대량실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의 증가 같은 국민경제적 손익계산을 포괄하는 것이 아니어서 현실적인 대안을 검토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이렇게 워크아웃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워크아웃을 통해 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부채의 조정과 탕감이나 부채출자전환 같은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사회적 비용은 정부의 금융기관 지원을 위한 공적 자금투입에 의해 뒷받침되기 때문에 결국은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할 수밖에 없다. 워크아웃에 임해서는 두 가지 해법이 있다. 하나는 기업회생을 시킨 후 제3의 재벌이나 외국자본에게 매각하는 방식이며 다른 하나는 부채출자전환을 통해 공기업으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해외)매각을 하면 국민적인 조세부담이 없고 공기업화하면 국민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경우든 부채조정과 출자전환 등을 통해 대우의 경영조건을 개선시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양자 모두 국민의 조세부담이 불가피하다면 선택은 명확해진다. 국민적 부담 위에서 회생한 기업을 비용부담을 전혀 하지 않은 외국자본에게 갖다 바치느냐 아니면 국민부담 위에 회생한 기업의 주인이 국민이 되느냐 하는 선택이다. 시장적 청산은 불가능하고 공적자금의 투입은 불가피하다는 것, 그러나 그렇게 공기업으로서 회생한 기업의 이익을 국민에게 가져가자는 것을 국민에게 왜 설득할 수 없겠는가. 물론 공기업의 현재의 폐해들이 그런 설득을 어렵게 하겠지만, 공기업의 혁신 또한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로서 제기한다면 우리는 당당하게 공기업화를 주장할 수 있다. 공기업으로 전환한다 하더라도 고용과 임금, 단협에 대한 조정요구가 뒤따르겠지만, 또 정부는 공기업을 다시 민영화하려 하겠지만 이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적 투쟁과 대중적인 투쟁을 통해 그때 다시 저지해야 하는 것이지 그것을 이유로 해서 공기업화 요구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고용과 임금, 단협조정 요구는 (해외)매각의 경우에도 불가피하게 제기될 문제인데 외국기업을 상대로 한 투쟁과 공기업 하에서의 투쟁을 비교하면 후자에서 훨씬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생존권을 위한 투쟁에서도 공기업화의 요구가 올바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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