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신당행’ 바라보는 현장의 시각

“그들이 정녕 지도부였습니까?”

실망·배신감 일색…민주노총 신뢰실추 우려도

민주노총도 비판적 분위기 속 원칙마련 모색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이끌어야 할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서 너무 한 것 아닙니까?”

일부 민주노총 전현직 주요간부의 여권신당 참여를 보는 현장의 시선이 곱지 않다. 11일 <노동과 세계>의 취재에 응한 대다수 현장간부들은 일제히 ‘실망’과 ‘배신감’을 나타냈다.

민주노총의 한 전직임원은 “그게 정말이냐. 정치를 하려면 민주노동당에 가야했는데… 가슴이 아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의료보험노조 경북본부 이동춘 사무국장은 “진보적 태도를 갖춰야 할 지도자로서 무책임한 처사”라며 적절한 (징계)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망감을 넘어 거세게 성토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케피코노조 이재근 기획실장은 “갈 사람은 물 흐리지 말고 빨리 가라고 하라”며 분통을 터뜨린 뒤 “권용목 전 사무총장도 가더니 해도 너무한다. 정치세력화에 대한 조합원 교육을 진행중인데 ‘민주노총 간부는 다 그런 것 아니냐?’는 불신을 살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실장은 이어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규탄성명 등 확고한 입장표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의 한 간부도 “권용목 전 총장이 신당에 들어간 뒤 동구청장 보선에 그쪽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색깔론’을 퍼뜨리는 등 해선 안될 일을 해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는데, 배지도위원도 그 연장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노련 소속노조의 한 간부는 “신문을 보다 처음엔 오보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사실을 확인하고 나니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누구나 나름의 정치적 선택을 할 순 있지만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서 바람직한 처신은 아닌 것 같다”며 “이번 일이 민주노총의 내분을 노린 정치공작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했다”고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교보증권노조 김창섭위원장은 “민주노동당에 힘을 싣기 위해 조합원에게 호소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충격이다. 지도자들이 자꾸 그러면 민주노총 중앙이 ‘조합원을 팔아먹는 자들’이란 오해를 살까 염려된다”며 “처음 창립할 때의 자주성과 순수성을 지켰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민주노총이 회의기구를 통해 이와 관련한 공식방침을 마련키로 한 것은 ‘주요간부가 보수정당에 참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11일 열린 임원회의에서는 ‘강력 규탄’부터 ‘심히 유감’에 이르기까지 비판적 분위기가 주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직접적인 입장표명으로까지 나가지 않은 것은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기본방침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권용목 전 총장은 이미 현직간부가 아니고, 배지도위원 또한 사임한 상태여서 이들에 대한 어떤 ‘조치’가 의미를 갖기 힘들다는 현실도 작용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으로서는 이들의 행보가 불러온 파장과 조합원들의 당혹감, 혼란을 방치할 순 없는 일이다. 신당의 영입근거가 다름 아닌 ‘민주노총 활동경력’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이 앞으로 공식회의를 통해 마련할 방침은 여권신당에 대한 입장과 주요간부의 정치활동과 관련한 지침이 될 예정이다. 여권신당과 관련해서는 현재의 국민회의보다 더욱 보수적인 존재로 규정할 가능성이 높다. 주요간부의 정치활동은 조직내 토론을 거치는 규율과 관행을 정착시키는 방향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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