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새벽 5시 대전 충남대 부속병원에서 수십만명에 하나꼴이라는 희귀한 병인 외이도선암에 시달리던 노동자 정희양(36)씨가 마지막 호흡을 멈췄다. 빈곤과 산업재해의 절망에 맞섰던 그의 절규도 그쳤다.
그는 지난 2월 암말기 선고를 받았다. 지난 89년 경북 칠곡군의 동국합섬에 입사해 일한 지 10여년 만이었다. 마지막 일터는 97년 10월 배치를 받았던 스판덱스 원사를 생산하는 제2공장. 당시 제2공장에서는 독한 화공약품에 노출된 수많은 노동자들이 피부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온몸이 붉은 반점으로 얼룩지더니 가려움을 동반한 종기들이 수없이 생 겼습니다. 흰 런닝셔츠엔 피와 고름으로 깨알같은 점들이 생기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암은 개인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외로운 싸움에 들어갔다. 컴퓨터를 다루지 못했던 그는, 7월17일 경북 구미의 한 피시방 종업원에게 부탁해 인터넷에 `통한’의 편지글을 올렸다. 그의 사연은 사이버 공간으로 빠르게 퍼졌고, 수많은 네티즌들을 흥분 시켰다.
그러자 노동부가 진상조사에 나섰다. 공장 가동 이래 100여명의 노동자들 이 직업성 피부병에 시달려왔음이 드러났다. 동국대병원 김수근(38·예방의 학과) 교수 등이 “2공장에서 사용된 디메틸포름아미드(DMF) 등 유기용제가 피부병은 물론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정씨의 처지엔 변화가 없었다.
정씨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빠르게 잊혀졌다. 병원 네군데를 전전하다 부인과 두 아이, 지긋지긋했던 가난을 유산으로 남기고 그는 끝내 세상을 떠났다.
정씨의 사망은 숨진 지 보름 만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그의 사연을 맨 처음 알렸던 인터넷 잡지 <더럽>(www.therob.co.kr)에 정씨의 형이 전화를 걸어오면서였다. 지난 16일 <더럽>에 추모란이 마련되면서, 이 소식은 다시한번 네티즌 사이에만 씁쓸한 파장으로 번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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