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 동향]
미국식 신자유주의 인사제도 급속히 확산
최근 미국식 인사제도(연봉제와 고용계약제를 중심으로 한)의 도입이 확산되
고 있다. LG, SK, 한화 그룹 등을 중심으로 철저한 성과측정에 따른 연봉 지급
과 과감한 승진제도를 골자로 하는 미국식 인사제도가 앞다퉈 도입되고 있다.
LG칼텍스정유는 성과주의 인사제도의 일환으로 생산직 사원을 포함해 2천7백
여 전 직원 중 상반기 인사고과에서 상위 10%에 든 직원들에게만 성과급 150만
원씩을 지급했다. SK의 경우는 SK상사를 시작으로 각 계열사들이 미국식 연봉제
도입을 추진 중이며 주력사인 SK㈜는 향후 3년 안에 사내 결재나 회의를 영어로
진행하면서 미국식 경영방식을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SK상사는 11월 4일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오는 2005년까지 임금차이의 상·하한을 없애 완전한
미국식 연봉제를 시행하는 한편 억대 연봉을 받는 직원이 100명 이상이 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는 그룹 차원에서 전담팀을 구성,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지 10년 만에
이사가 될 수 있는 초특급 발탁승진 인사제도 ▲회사와 임원이 일정액(임원의
경우 연봉의 8%)을 적립, 성과가 높은 임원에게 이 중 상당액을 주는 제도 등을
골자로 하는 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LG
전자 등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일찍 도입한 기업들은 성과에 따른 파격적인 인센
티브를 지급해 사실상 임금차이의 상·하한을 없애고 있다. 이러한 미국식-신자
유주의 인사제도는 최근 은행권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은행권, 목표관리제(MBO) 도입과 고용계약제 도입
금융권은 신인사 제도로 ‘목표관리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 목표관리
제 시스템의 핵심은 과거의 연공서열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실적과
은행원 개개인의 행위능력에 판단을 둔 이른바 목표관리제가 새로운 잣대이다.
‘은행의 수익에 얼마나 기여했느냐’가 능력을 인정받는 제1의 척도이다. 지난 7
월부터 목표관리제 시스템을 도입, 운용 중인 한미은행의 경우 영업점은 개인별
목표달성률, 본부조직은 팀별로 달성 시기 및 효과 등을 감안해 연봉을 책정하
고 있다. 이에 따라 3, 4급은 업무수행 태도와 의욕이 30점, 업무수행 능력 30
점, 업무수행 실적 40점 등으로 배점이 이뤄진다. 신한은행은 연말 프리테스트
를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연봉제를 실시할 예정인데, 목표관리제 시스템에
따라 재무적 요소를 고과에 대폭 포함시킬 방침이다. 예를 들어 비자카드나 PC
뱅킹 고객을 신규로 가입시킨 실적 등을 일일이 계산해서 개인의 업적평가 때
활용한다는 것이다. 지난 9월부터 3급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도입한
외환은행은 2001년부터 전 직원에게 이 시스템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또 말 그대로 기한을 정해 고용계약을 갱신해 가는 고용계약제도 급속히 확산
되고 있다. 급여만을 성과에 따라 일부 차등화한 연봉제가 아니라 고용계약 자
체를 해마다 재검토하는 서구식 연봉제인 고용계약제는 이미 지난 10월부터 국
민은행이 1급 직원 중 일부에 대해 적용한 데 이어 연말까지 한빛, 조흥은행이
금융감독위원회와 맺은 ‘경영정상화계획’에 따라 각각 1-3급, 1급 전원을 대상
으로 실행에 옮겨질 예정이다. 특히 두 은행은 (급여)연봉제에 고용계약제가 가
미된 ‘계약연봉제’를 이행약정서 상에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까지 연
봉제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금융권의 연봉제와 고용계약제 도입에 대해 금융노련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비록 처음엔 노조원이 아닌 상위직급에 대해서만 시행한다지만 일단 한 부문이
무너지면 전체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가뜩이나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당한 은행권에 또다시 고용불안을 강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
히 반대하고 있다. 특히 공적 자금을 투입받은 한빛, 조흥, 외환은행은 물론이
고 소위 우량은행이라는 국민, 주택, 신한, 하나, 한미은행 등 거의 전 은행이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연봉제 도입을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인사제도는 은행과 민간기업만이 아니라 대학교수들에게까
지 확대되고 있다. 서울대는 내년부터 전체 1,500여 명의 교수 가운데 15%를 우
수 교수로 선발해 한 사람당 매년 500만 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키로 했다. 성과
급제는 국립대 교수들에게도 연봉제 적용을 의무화하도록 한 정부방침에 대한
보완 차원에서 실시되는 것으로 사실상 연봉제 도입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미 시티은행의 한 지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미국식 인사제도의 반인간
성이 폭로되기도 했다. 또 일반 직장인들 사이에 쉬는 것이 부담스럽고 짜증나
는 이른바 ‘휴일증후군(Sunday Syndrom)’이라는 증상이 널리 퍼지고 있다. 휴일
증후군에 걸린 사람은 가슴이 답답하고 자주 놀란다. 또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
이 즐겁기는커녕 ‘아깝게’ 느껴진다고 한다. 직장에서는 능력을 인정받을 정도
로 열심히 하도록 내몰리면서 가정은 파탄 일보직전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지나친 스트레스로 인해 편두통이나 성기능 장애 등의 신체적 문제와 정신
과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는 임상결과들이 나타나고 있
다.
IMF 신탁통치 2년을 경과하면서 신자유주의적인 20대 80의 있는 우리나라에서 오로지 시장과 기업의 수익(이윤)에 복종하는 것만을 강요하
는 연봉제와 고용계약제의 도입은 노동자들을 더욱 파편화시키고 분열시키며
비인간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는 이러한 비인간적인 신자유주의 인
사제도의 도입을 금융 기업 구조조정의 필수요건으로 강제하고 있다. 특히 금융
권에서는 내년에 다시 불어닥칠 2차 구조조정 과정에서 목표관리제 시스템이 대
대적인 인원정리의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경쟁에서 살아남으
려는 노동자들에게 연봉제와 계약고용제는 더욱 파편화된 임금노예이기를 강요
함으로써 인간성을 더욱 파괴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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