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반대파업 역시 적법”

대전지법, 조폐 ‘업무방해’ 혐의에도 무죄선고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파업은 적법하다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대전지법 형사합의3부(재판장 고의영 부장판사)는 지난 11월19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폐공사노조 강승회위원장과 강재규, 박갑준 조합원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강씨 등이 지난해 7월부터 올1월까지 창 통폐합 등에 반대해 파업을 벌인 것은 갑작스런 창 통폐합 추진이 해고 등 근로조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쟁의행위의 목적상 위법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업무방해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다만 이들이 지난해 12월 사전신고 없이 집회를 열고 올 1월7일 트럭으로 옥천창 정문을 폐쇄하고 자동차에 불을 내는 등의 행위를 한 부분은 과격성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한다”고 밝히며 강 위원장에게는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강재규, 박갑준 조합원에 대해서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에 노조는 “법원이 구조조정 관련 쟁의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일단 진일보한 판결로 평가하나, 강 위원장의 항의분신을 ‘방화’로 판정해 유죄를 선고한 부분에 대해서는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전지법 판결에 앞서 춘천지법 역시 지난 10월8일 만도기계 파업사건 항소심에서 ‘정리해고에 관한 노사분쟁은 노조법상의 쟁의행위 대상이 된다’고 판결(<노동과 세계>제76호 10월15일치)한 바 있다.

한편 조폐공사노조는 지난 11월9일 공사(사장 유인학)쪽과 옥천창 재가동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합의한 데 따라 22일 첫 회의를 가졌다. 특별위원회는 노사 각 3명씩과 노사가 추천하는 외부인사 2명씩 모두 10명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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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정신에 충실한 ‘때늦은’ 판결

이번 판결은 구조조정과 관련된 쟁의행위는 대상이 아니라며 무조건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업무방해죄로 처벌해오던 검찰의 관행에 다시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여러 하급심들이 이 같은 판결을 내린다면 대법원 판결에도 영향이 클 거란 분석이다.

형법 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헌법 제33조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쟁의 행위가 형식적으로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더라도 그것이 노동조건 유지, 개선, 기타 정당한 이익을 주장하기 위한 수단일 때는 정당하며, 처벌받지 않는다는 게 노동법학계의 일반적 해석이다.

결국 대전지법의 이번 판결이야말로 새삼스러운 게 아니라 헌법의 기본취지에 맞는 때늦은 판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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