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악몽 이은 ‘뉴라운드’ 폭풍전야
농업사수…정부는 말이 없다
대통령 침묵·총리산하 대외경제정책조정위 개점휴업
“농업 제물삼아 산업자본 해외진출” 밑그림 물타기 작전
우르과이라운드(UR)의 악몽이 생생한 우리국민에게 이번엔 ‘뉴라운드’ 폭풍이 몰려온다.
농산물과 서비스 전면개방과 관련해 3년간 논의하게 될 밀레니엄라운드(뉴라운드)가 오는 11월30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통해 출범한다. 지난 93년 UR협상타결로 쌀과 쇠고기가 개방된 마당에 한국과 제3세계 민중들은 또 한번 ‘무역자유화’라는 이름의 매머드급 태풍권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뉴라운드에 대한 정부태도는 “자유화되면 좋은 게 아니냐. 농업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식이어서 민주노총, 전농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한테서 자국 농산물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받고 있다.
WTO협상에 대한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공세적 태도와 달리 김대중대통령은 아직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김종필국무총리가 위원장인 대외경제정책조정위원회는 가동조차 안되고 있다. 뉴라운드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외교통상부 산하 통상교섭본부는 무역, 투자규범, 서비스 등 11개 분야 제안서를 WTO에 제출했으나 비교우위·개방론이 확고하다. 전농에 따르면 농림부는 지난해 4월부터 ‘농산물협상대책단’을 구성하고 활동에 들어갔으나, 통상교섭본부가 총괄하는 교섭체제에서 발언권이 약한 편이며 자국농업보호를 위한 논리를 유럽과 일본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1월10일 정부와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가진 WTO 뉴라운드협상 대비 공청회에서도 정부태도에 시민사회단체의 비난이 쏟아졌다. 외교통상부는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세계무역량과 한국의 교역성장률이 더욱 확대됐다는 낙관론을 폈으나, 장원석 단국대교수는 “세계 무역량의 확대는 소수의 수출강대국에게 돌아갔고, 수입국과 개발도상국은 교역구조, 환경, 복지 등에서 상대적 피해가 증대했다”며 “한국은 외환부족으로 실업자가 3백만에 육박하는 등 질적인 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외교통상부가 뉴라운드 협상에서 “농업은 주요의제 중 하나지만 공산품, 서비스 부문 등에 대한 주요의제가 많다”고 밝혀 파장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그러나 뉴라운드의 핵심의제가 농업분야임은 클린턴 대통령이 앞장서서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10월13일 저녁 민주당 지도자협의회 연설을 통해 “미국의 농촌경제를 회생시킬 유일한 방법은 해외시장 개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우루과이라운드협상 때 김영삼정부가 “정권을 걸고” 호언장담으로 일관해 국민을 기만했다면, 김대중정부는 “개방 절대불가”라는 말은 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개방 불가피’라는 밑그림을 그려놨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뉴라운드협상 실무책임자인 한덕수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한 일간지를 통해 “우루과이라운드 때는 농업분야에서 ‘절대로 자유화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과도하게 한 뒤 갑자기 자유화 물결이 불어와 충격이 컸다”며 “실제 협상에서 현실적 제약도 있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이같은 정부태도에 대해 ‘투자협정·WTO뉴라운드 반대 민중행동’의 이종회 집행위원장은 “본격적으로 개방되기 시작한 97년 이후 중산층의 몰락과 일반민중의 생활고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해외진출자본만을 위해 뉴라운드에 적극적”이라며 “이 과정에서 농업은 지렛대로 이용될 뿐 농업사수의 의지는 애당초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뉴라운드 결과 농업과 서비스 대폭개방으로 합의되면 한국정부는 제도와 법을 그에 걸맞게 고쳐야 할 뿐이어서 이때 투쟁하면 아무 소용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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