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건강 5

김은희/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처장

안전불감증 부추기려 법개정까지?

온갖 공방으로 기능정지 상태인 국회에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이 개정안은 사업주의 산재예방의무를 대폭 완화하자는 것으로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제안한 것이다. 내용인즉 산업재해 발생율이 매우 높은 건설업종의 안전담당자를 폐지하고, 심각한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조선업종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표준안전관리비 계상의무를 폐기하자는 것이다. 또 사업주의 예방의무인 유해·위험방지계획서와 공공안전보고서의 작성·보고의무도 완화시키자는 안이다. 나아가 이후 시행령 개정과정에서 건설업종의 안전관리자 선임대상을 대폭 완화할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IMF 이후 노동자들은 산업재해로 더욱 고통받고 있다. 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보상통계에 따르면 98년에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 2명 중 1명은 영구장애를 입고, 사망률 또한 예년에 비해 증가하고 있다. 건설업종의 경우 97년에 비해 사망률이 15.29%나 증가했다. 조선업종은 전산업 산업재해에 비해 2배에 가까운 재해율과 강도율을 보이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석유·화학산업은 시설이 워낙 낡아 각종 유해가스 누출사고가 자주 터져 노동자의 생명은 물론 인근 지역주민들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국민의 안전불감증을 탓할 것이 아니다. 규제개혁위원회의 산업안전 의무조항완화 의도야말로 우리 사회에 안전불감증을 조장하는 것 아닌가. 정부도 믿을 수 없다. ‘경쟁력 강화’ ‘기업활동 보장’이란 미명아래 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한 규제개혁위원회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악을 노동자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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