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합시다 마지막회/박정희기념관 건립 및 국고지원 반대운동
위험한 ‘기념’
지난 5월 김대중대통령은 박정희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범국민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국비 1백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박정희대통령 기념사업회’는 7월26일 신현확 전국무총리를 회장으로, 권노갑 국민회의 고문, 김용환 자민련 수석부총재,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를 부회장으로 해서 공식출범했다. 김 대통령은 명예회장직을 맡았다.
이에 대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인권을 유린한 대표적인 독재자의 기념관을 국민적 합의도 없이 정부 지원 아래 건립한다는 것은 ‘역사왜곡’이란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오히려 독재정권 아래서 민주화투쟁을 하다 의문의 죽음을 당했거나 감옥에 갔던 사람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4.19혁명 관련 단체, 역사연구단체 등은 일제히 “박정희 기념사업은 군사구데타를 정당화할뿐 아니라 장기집권과 민권탄압을 미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박정희기념관 건립 및 국고지원을 반대하는 전국역사학자 모임’은 지난 10월25일 기념관 건립에 반대서명한 역사학자·교사 1천2백여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학술토론회를 열어 기념관 건립과 국고지원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박정희는 ‘청렴결백하고 서민적인 대통령’이 아니라, 군사반란 직후부터 정치자금 조달을 위해 증권파동, 워커힐 사건, 새나라자동차 사건, 빠찡코 사건 등 ‘4대의혹사건’으로 세상을 소란하게 했을 뿐더러 집권기간 내내 엄청난 특혜사건과 비리가 꼬리를 물었다는 것이다. 기조발제에 나선 조동걸 교수는 “박정희대통령이 재임기간 동안 한 일 가운데 국가 차원에서 기념할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학자들은 “오히려 역대 대통령과 그 주변인물들의 공과가 모두 담긴 국내외 기록, 증언들을 객관적으로 전시할 기록관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한편 박정희시대는 억압통치 속에 노동자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던 암흑기이기도 했다. 경제발전이라는 허울좋은 명분 속에 노동자들은 세계 최장시간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렸다. 박정희는 또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내세워 노동3권을 빼앗았고 반공법, 긴급조치 등으로 노동운동에 대해 살인적 탄압을 자행했다. 1970년 전태일열사가 온몸을 불살랐던 것부터 YH 노동자들의 신민당사 점거농성에 이르기까지 당시 노동자들의 투쟁은 모두 목숨을 걸어야 했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느닷없이 닥친 게 아니라 실상 박정희가 만들어놓은 독점재벌, 정경유착의 경제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은 이미 새삼스럽지 않다. ’70년대노동운동 동지회'(회장 남상헌 민주노총지도위원)는 “1백억원을 기념관건립에 쓸게 아니라 박정희가 남긴 유산으로 IMF를 맞아 실업자가 된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에 쓰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동아공영권을 이룩하기 위한 성전(聖戰)에서 나는 목숨을 바쳐 사쿠라와 같이 훌륭하게 죽겠습니다” 1942년 3월 만주 신경군관학교 졸업식장에서 ‘오카모토 미노루’라 불리는 조선인 졸업생 박정희가 남긴 말이다. 다가키 마사오로 불리기도 했던 박정희는 1944년 일본육사를 1등으로 졸업하며 조선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일본교육총감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친일행각은 하찮아 보인다. ‘권력을 얻기 위한 대가로 나라를 팔았던’ 그를 기념하겠다는 지금의 대통령이 더욱 위험해 보이기 때문이다.
박정희기념관 건립 및 국고지원을 반대하는 전국역사학자 모임은 11월20일 회의를 열어 각계와 함께 폭넓은 공동대책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같이할 곳 : 02-3672-4191∼2. www.banmin.or.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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