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각료회의는 21세기 세계 무역질서를 새로 짤 다자간 무역협상(뉴라운드)의 협상의제들을 확정하는 회의로 예정된 것이다. 그러나 시애틀 각료회의를 앞두고 지난 14개월 동안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실무급 사전절충 협상이 이번주초 결렬돼, 뉴라운드 출범 가능성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내년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는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는 아직도 시애틀 각료회의에서 의제합의를 이끌어내 뉴라운드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각료회의에 참석할 세계 135개국 통상·외교장관들은 사전 합의된 초안도 없이 의제협상을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처지다.
시애틀 각료회의에 가장 큰 걸림돌은 협상에 영향력이 큰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양대 세력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정면대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세력간 대치는 유럽연합의 농업보조금 문제에서부터 전체 의제의 포괄범위와 뉴라운드의 지속기간에까지 걸쳐있다.
미국은 유럽연합에 농업보조금을 폐지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으나 유럽연합은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은 또 뉴라운드 의제의 범위를 가급적 줄여 3년 이내에 뉴라운드의 결론을 내자는 입장인 반면, 유럽연합은 서로 주고받는 협상이 가능하도록 의제의 범위를 넓혀 포괄적인 협상을 하자고 주장한다. 이밖에 미국의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한 유럽연합의 수입규제 조처, 미국 반덤핑법의 남용, 기업인수합병 시장에 대한 규제 문제 등도 미국과 유럽연합간 쟁점으로 떠올라 있다.
세계 무역자유화 드라이브의 쌍두마차인 미국과 유럽연합이 입장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시애틀 각료회의에서 뉴라운드 출범이 합의되긴 어렵다고 통상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그렇지 않아도 수많은 개발도상국들이 94년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에서 많은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고, 추가적인 시장개방 요구에 대해 완강한 거부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이 힘을 합쳐도 시원치 않을 이런 상황에서 양 진영이 서로 분열돼 있으니 어떻게 개도국들에게 무역자유화와 경제세계화의 길을 함께 가자고 요구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연합은 자기들 나라 안의 기업계와 정치적 여론 등을 수용해 노동-무역 연계 등 여러가지 ‘새로운 이슈’들을 제시해 왔지만 아직 개도국들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애틀 각료회의는 개별국가와 국가군 사이의 입장이 격렬히 충돌하는 격전장이 될 것으로 보이며, 현재로서는 누구도 그 결과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이주명 기자c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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