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합법화시대’ 무엇이 달라지나-①노동운동 판도
민주노총이 11월23일 마침내 ‘합법화시대’를 맞았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이 합법성을 얻으면 무엇이 달라지냐’는 물음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와 관련해 “이미 실세조직으로 활동해온 터라 운동원칙과 노선 등에서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분야에 따라서는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몇 차례로 나눠 합법화가 몰고 올 변화상를 살펴본다.
① 노동운동 판도
② 사회·정치적 지위
③ 노사정관계와 정책참여
④ 재정사정
민주노총 진입로 ‘활짝’
상급단체 선택에 ‘법외조직’ 부담 사라져
민주노총이 합법성을 얻으면서 그 동안 한국노총이 누려온 (합법)총연맹 ‘유일체제’에 금이 가게 됐다. 이는 곧 노동운동 판도에 격변을 예고하는 사건이다. 무엇보다 ‘한국노총 > 민주노총’이란 부등식이 머잖아 깨질 전망이다.
그동안 민주노총에 씌워진 ‘법외조직’이란 굴레는 단위노조가 상급단체를 결정할 때 큰 부담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장애물이 사라지면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사이에서 고민하던 이른바 ‘중간노조’와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가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합법화에 따른 조직확대는 아직 ‘가능성’일 뿐, 눈앞의 현실로 보는 건 지나친 기대란 분석도 있다. 인력과 재정사정이 나아지면서 장기간에 걸쳐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지적이다. 아무튼 11월23일 이후 정부와 사용자들이 법외조직이란 이유만으로 민주노총을 따돌리거나 조직화를 방해할 수 없게 돼 조직확대로 이어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잘 알려진 대로 민주노총은 지난 96∼97년 노동법개정을 위한 총파업을 거치면서 이미 정치·사회적 시민권을 확보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법외조직이란 꼬리표 탓에 민주노총을 선택하기를 꺼리는 조직이 적지 않았다.
상당수 사용자들이 민주노총을 ‘불법폭력조직’으로 몰아세워 자사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을 방해한 사례가 많았다. 민주노총 신언직 조직1국장은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합법화로 노조집행부가 ‘왜 민주노총으로 가야 하는지’ 조합원들을 어렵게 설득해야했던 통과의례가 불필요해졌고, 사용자들이 자사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을 막을 근거가 법적으로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합법화로 조직확대가 특히 기대되는 부문은 미조직노동자들이다. 합법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노총의 사회적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에 대한 기대심리도 함께 높아져 조직확대에 좋은 여건이 마련됐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임효준 조직부장은 “미조직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어렵사리 지역노조를 결성해도 지자체나 사용자들이 법외단체라는 점을 들어 압박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상급단체를 한국노총으로 돌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며 “내년에는 합법화의 여세를 몰아 지역본부 차원에서 미조직노동자 조직사업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점은 다른 지역조직도 마찬가지다. 서울지역여성노조 임미령 위원장도 “민주노총 3대집행부가 꼽고 있는 핵심사업 가운데 하나가 비정규·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인데, 합법화가 좋은 계기로 작용할 것 같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한편 민주노총 합법화를 계기로 두 노총의 조직확대 경쟁이 본격화하리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50년 동안 누려온 합법총연맹의 독점적 지위를 상실한 한국노총의 ‘예민한 반응’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대전의 한밭여객노조가 서진운수에 이어 민주노총에 가입하자 한국노총 자동차노련 소속 간부들이 구사대와 함께 폭력사태를 유발한 사실은 ‘조바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예로 보인다.
두 노총의 조직확대 경쟁은 단위사업장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2002년부터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노사정위의 일부 공익위원이 민주노총 합법화와 때를 맞춰 들고 나온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전임자임금 지급금지 3년 동시유예 방안’은 한국노총의 태도에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이는 한국노총의 이해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최대열 홍보국장은 “노사정위에서 의제로 채택된 바도 없거니와, 한국노총은 전임자임금지급 문제를 기업단위 복수노조 문제와 절대 결부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이 사실을 부인했다.
그렇다고 합법화가 급속도로 조직확대를 가져다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상업연맹 심재진 정책부장은 이와 관련 “기존노조나 새로 생길 노조에서 상급단체를 결정할 떄 ‘법외조직’이란 핑계거리나 선입견은 없어졌지만 합법화가 직접적인 조직확대로 귀결되기는 어렵다”며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노조결성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이익에 대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어 이를 씻어내는 게 급선무”라고 진단했다.
결국 민주노총이 미조직·비정규·여성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정책개입과 대중투쟁을 통해 이들을 위한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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