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화에 즈음하여 조합원에게 드리는 글
대안세력으로서의 민주노총이 되자
우리는 지난 23일에 당당하게 합법성을 쟁취했습니다. 현행 노동악법의 독소조항을 무력화시키고 투쟁으로 쟁취했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우리가 걸어온 길은 참으로 험난했습니다.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1백명이 넘는 동지들이 죽음으로 항거했고 3천명이 넘는 동지들이 구속을 당해야 했고 1만명이 넘는 동지들이 노동운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를 당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60만 조합원이 악법철폐를 위해 가열차게 투쟁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한 번 새로운 결의로 닻을 올리고 항해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오늘에 만족하는 사람에게 미래란 있을 수 없습니다. 역사의 진보란 투쟁없이 이루어 질 수 없습니다. 민주노총의 합법성 쟁취는 완성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세계는 지금 인류의 파괴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과학문명의 발달은 절대 다수의 민중을 고통으로 몰아 넣으며 소수의 독점자본에 의한 절대적 지배체제로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바로 세계화를 앞세운 신자유주의가 노동자에게 끝없는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사회는 여전히 역사의 진보를 가로막는 두터운 벽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김대중정권은 초국적 자본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대리 집행하고 있고, 미국의 대북정책을 그대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이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습니다. 정치권 전체는 급속도로 보수화되고 있습니다. 노동자 민중의 삶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합니다. 인류의 역사는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투쟁의 역사라고 합니다. 응전과 도전의 역사라고도 합니다. 우리가 희망찬 새로운 세기, 21세기를 노동의 시대이기를 희망한다면 그것은 오늘의 투쟁을 전제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합시다.
민주노총은 힘과 대안을 가진 노동자 민중의 등불이 되어야 합니다. 많은 것이 부족합니다. 지금부터 만들어가야 합니다. 우리는 만들 수 있습니다. 가까운 것만 보지 말고 좀더 멀리 좀더 길게 봅시다. 작은 것도 중요하게 보고 생각하되 그것에만 연연하지 말고 큰 것을 보고 생각합시다. 작은 차이로 분열하지 말고 큰 것을 위해 단결합시다.
이제 민주노총은 현시기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를 위해 자신의 이해관계에만 얽매여서는 안됩니다. 노동자계급 일반의 요구에 복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사회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의 요구를 받아 안고 그들의 고통을 씻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분단의 벽을 헐고 계급의 모순을 타파해야 합니다.
민주노총 합법성 쟁취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처음처럼’이라는 말을 새삼 생각해 볼 때입니다. 혼자일 때는 외롭고 힘이 듭니다.
함께라면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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