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유도 특검수사 죽쑤는 까닭
정권은 밝혀지는 ‘진실’이 두렵다
공안출신이 공안검찰 수사…결과 불보듯
강특검 지휘방침·수사팀구성·절차 모두 문제
‘잘 나가는 옷로비 특검, 죽쑤는 파업유도 특검’.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에 특별검사제가 도입돼 수사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으나, 옷로비 특검과는 달리 이렇다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9월20일 국회에서 특검제법안이 통과된 뒤 강원일변호사가 10월8일 대통령한테서 특검 임명장을 받고 공식수사에 들어간 것은 10월19일. 특검보에 인권변호사로 잘 알려진 김형태 변호사가 임명됐으나, 특별수사관으로 추천된 노조간부에 대해서는 검찰쪽의 반발로 임명이 무산됐다. 반면 공안검찰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전·현직 검사들이 특별수사관과 파견검사로 대거 합류했다. 주요 수사대상이 수사를 맡으면 곤란하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터져나왔다.
이같은 우려는 곧 현실로 드러났다. 대전지검 공안부 관계자들이 10월28일 특검사무실로 몰려와 압수해간 자료를 돌려달라 항의했고, 법무부는 자료제출 자체를 거부했다. 그러나 수사팀한테 이같은 사실을 보고받은 강특검은 “법무부에서 주는 자료만 받아와라. 조용히 처리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형태 특검보와 세 명의 특별수사관은 “공안검사를 수사대상에 포함하고, 공안출신은 수사진에서 제외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강특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오히려 김특검보 등에게 “나가달라”고 말했다.
김특검보와 김동균, 오창래, 김형완 특별수사관은 결국 11월18일 사임계를 내며 “수사과정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강특검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으나 이렇다 할 해결전망이 전혀 보이지 않아 불가피하게 자진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검찰수사에 검찰관계자 배제원칙만이라도 받아들여지면 즉시 복귀하겠다고 밝혔으나 강특검은 오히려 공안통 현직 부장검사에게 수사를 총괄케 하고, 검찰에 대한 수사에 검찰출신 수사관을 배치하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자세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노동계도 같은 시각이다. 구충일 조폐공사노조 조직강화특별위원장은 “그들이 사직한 뒤 새로 합류한 수사관들 역시 대부분 검찰출신”이라며 “그들은 검찰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별수사관을 사임한 김형완 참여연대 연대사업국장은 이와 관련해 “파업유도사건에 관한 한 검찰이 피의자의 지위를 가질 수밖에 없는데, 공안검찰과 조금이라도 관계 있는 사람이 수사관으로 참여하는 건 말도 안된다”며 “특검제는 결과 못지 않게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과 절차도 매우 중요하므로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를 위해서는 공안검찰을 수사주체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곤 한신대교수 역시 “이번 사건에 특검제를 도입한 이유는 권력기관의 핵심부가 연계돼있다는 추정 때문인데 권력의 정당성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수사팀을 일부러 그렇게 구성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지금의 특검으로는 결론이 뻔할 수밖에 없으니 특별검사를 교체해 수사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정권의 진상규명 의지에도 의문이 일고 있다. 구충일위원장은 대통령에 부여된 특별검사 임면권과 관련 “이번 사건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벌어진 일일뿐더러 기획예산처, 검찰청 등이 연계된 사건이므로 정권의 문제로 갈 수밖에 없다”며 “사건당사자가 임면권을 갖고 있는데, 공정한 수사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석운 노동정책연구소장도 수사가 지지부진한 이유를 두고 “노동문제에 대한 공안당국의 공작적 개입 실태가 만천하에 공개될 것을 두려워한 정권과 검찰의 방해공작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수사진행도 문제시되고 있다. 김상곤교수는 “특검제가 도입된 것은 국민 대다수와 노동계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이었지만 현재 진행상황은 전혀 그에 대한 해답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완국장 역시 “특검 수사는 과거 검찰의 수사방식을 답습해서는 안된다”며 “국민이 요구해 만든 제도인 만큼 알권리 보장을 위해 법의 테두리에서 최대한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데, 옷로비 특검과 달리 수사상황이 국민에게 일절 보고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파업유도 특검 관계자는 <노동과 세계>의 취재요청에 “수사상황에 대해 그 어떤 것도 일체 이야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파업유도사건 특검팀의 문제를 특검제 자체에 대한 무용론으로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김형태 특검보와 수사관들의 사임에 대해 다수 언론이 ‘지휘권에 대한 도전’ ‘재조와 재야의 시각차’ ‘검찰과 비검찰간의 갈등’ ‘수사경험없는 이상론자들의 배타적 주장에서 빚어진 일’ 등의 표현으로 사건의 본질은 덮어둔 채 ‘내분’으로 몰아갔다. 이에 대해 김특검보 등은 “명백한 왜곡”이라며 “특검법의 입법취지와 검찰이 개입된 사건이라는 특성상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원칙의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구충일위원장은 “이후 검찰이나 수사기관에서 정당하게 수사하게 하려면 조직적 개입과 은폐에 대해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은 절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완국장 역시 “우리가 제기하는 문제는 강특검의 지휘방침과 수사팀 구성, 수사절차에 대한 것이다. 이것이 자칫 ‘특검 무용론’으로 이어져서는 안되며, 성과 없는 수사로 끝나서도 안된다”고 밝혔다.
한편 특별검사제법에 의해 수사기간은 30일로 정해져 있고, 30일 연장이 가능한데, 이미 1차 수사기간이 11월17일로 끝났기 때문에 현재는 연장수사기간이며 이 역시 12월17일로 종료된다. 남은 보름동안 어떤 성과가 나올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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