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 22일 ∼ 1999년 11월 28일 : 제315호

불신사회의 씁쓸한 기억

사람 살아가는 세상에 뭐가 가장 필요할까.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혼자 사는 게 아니라 여럿이 함께 모여 사는 세상에서는 사람들 사이

의 믿음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지 모르겠다. 택시를 몰다 보니 가지

가지 사건도 많고 좋은 기억도 많지만 지금 돌아보면 참으로 사람을

믿지 못해 곤혹스러운 경우가 종종 있다.

한 번은 지갑을 주웠는데 수표와 현금을 합해 74만원이 들어 있었다.

직접 주인을 찾아가 돌려줬는데 이 사람이 지갑을 받자마자 내 앞에

서 돈을 한 장 한 장 헤아리는 게 아닌가. 다 세보고 나서 돈이 별 탈

없는지 그때서야 수고했다며 만원짜리 한 장 주는데 어찌나 기분이

나쁘던지 됐다고 그냥 나와버렸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한 번은 뒷좌석에 앉아 있던 손님이 지갑을 주웠

다며 내게 건네줬다. 받아보니 돈은 하나도 없었고 신분증이며 다른

카드같은 것들이 있길래 돌려줘야겠다 싶어 경찰서에 찾아가 맡겼다.

경찰서에서는 확인이 필요하다며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는데

주인이 지갑을 보더니 돈이 없어졌다며 나를 도둑취급 하는 것이 아

닌가. 아직도 기억난다. 가락동 아파트에 살던 김△△. 몇 년전의 일이

었지만 2시간동안 경찰서에서 진술서를 썼던 기억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그 이후로는 지갑을 주우면 직접 찾아주지 않고 그냥 우체통에

넣어버린다.

왜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잘 터지는

큰 사고들이 이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같다. 94년 충주호 유람선 화재

가 일어났을 때 우연히 다음 배를 타고 가다 사고현장을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모범운전자 친목회원들과 단풍놀이 갔다가 날벼락을 직접

본 것이다. 타이어 타듯 시커먼 연기가 배를 감싸고 사람들이 구명조

끼도 없이 목만 내밀고 떠 있었다. 코 앞에서 불에 타 죽어가던 사람,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사람, 다 건져올렸는데 마지막 한 순간을 못

버텨 다시 물에 빠진 사람들…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고 죽음과

삶이 종이 한 장 차이로 비껴 나갔다.

난 친목회원들과 정신없이 한 목숨이라도 구하려고 사력을 다해 16명

을 건져냈지만 그때까지도 헬기는커녕 구조대 그림자도 비치지 않아

더 화가 났다. 사고가 난 것만 해도 용서할 수 없는데 구조까지 늦다

니 도대체 누굴 믿을 수 있는 쳐지는 건 없으니 사람들이 나하나만 챙기고 남을 믿지 못하게 된 건

아닌지 모르겠다.

김우영 씨(47)는 현재 강동 모범운전자회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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