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 22일 ∼ 1999년 11월 28일 : 제315호
■ 인터뷰 – 달나라딸세포 웹마스터 신 딸 기씨
사이버세계의 여성 지킴이
“사이버에선 ‘신딸기’가 본명입니다.” 신딸기(여·26)씨는 “일부
러 본명을 감추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 이름이 더 좋다”고 말한다. 그
는 “딸기, 딸기우유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어린아이 같다고 여겼기 때
문에 은연중에 딸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며 “‘딸기’라는 이름
을 붙인 건 자기 욕망에 대해 긍정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
라고 설명한다. ‘신(의) 딸’의 ‘기’라는 멋진 뜻도 숨어있다고 귀
띔.
신딸기씨는 지난 98년 11월 창간 때부터 지금까지 페미니스트 웹진
달나라딸세포(http://www. dalara/jinbo.net)의 웹마스터를 맡고 있다.
96년 여름 서울대 학생자치단체 여학생들이 모여 결성한 ‘관악여성
모임연대’를 전신으로 해 만들어진 달나라딸세포는 1호 ‘나는 페미
니스트가 두렵다’를 시작으로 ‘여성실업과 여대생취업’ ‘열일곱
의 나’ 등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삶을 요모조모 짚어주는 알찬 웹진
이다.
“처음에는 잡지도 출간하고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여성운동단체와 활
동가들을 잇는 네트워크도 만들려 했어요.” 욕심을 내봤지만 직장이
나 학업을 병행하면서 준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여성운
동 평생할 건데 좀 천천히 가자고 결정했다”며 지금은 오히려 “우
리는 느슨해서 오래간다”고 말할 정도로 여유를 부리게 됐다.
요즘 딸기씨를 비롯, 달나라딸세포 사람들의 관심은 ‘사이버 페미니
즘’에 모아지고 있다. 사이버 성폭력 문제는 달나라딸세포 식구들이
모두 공감하는 문제다. 자기 신분이 드러나지 않는 것을 방패삼아 마
구잡이 비난을 일삼고 비하하는 글들 때문에 달나라딸세포 게시판도
조용할 날이 없었기 때문에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각자의 얼굴을 볼 수 없으니 사이버 세계에서 성정체성이 감춰진다
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여러 사이트들을 돌아다니
면서 새삼 여성임을 자각하게 되고, 써놓은 글을 봐도 여성과 남성이
확실히 구분됩니다.” 딸기씨는 “굳이 포르노사이트가 아니더라도 대
부분의 사이트들이 남성만을 독자로 가정하고 만들어졌다”며 “여성
포탈사이트도 화장·쇼핑·육아 등 천편일률적인 내용으로 차있으며
‘소비자’로 한정할 뿐”이라고 성토한다.
“농담삼아 사이버세계에서 여성은 우리가 지킨다는 얘길 합니다. 사
이버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성폭력문제도 그렇고, 사이버에서 여성의
공간, 쉼터를 만들어가려고 하죠.”
딸기씨는 사이버 공간의 여성들 중에서도 특히 청소년에게 관심이 많
다. “청소년들의 인터넷 접근이 쉬워졌지만 게임이나 채팅에 열중할
뿐”이라며 “청소년 관련 웹진 등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대개 남
자”라고 지적한다.
“가르치고 지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언니’가 되고 싶어요. 얘기도
듣고 함께 놀면서 여성이라는 자각을 할 수 있으면 더 좋구요.”
<이소영 기자 sylee@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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