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 22일 ∼ 1999년 11월 28일 : 제315호

사이버 공간에서 여성은 ‘뜨내기’…계속 ‘거주’할 수 없다

제2회 서울국제노동미디어 15일 ‘여성 온라인 진입장벽…’ 워크숍

열어

“여성들의 온라인 진입장벽은 여성의 빈곤화와 맞물려 있다. 여성들

이 자유롭게 활용하기엔 컴퓨터가 너무 비싸다. 또 여성들은 주로 단

순보조 노동이나 붙박이 노동을 하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쓸

수 있는 권한이나 시간이 없다.”

여성들의 온라인 진입장벽을 점검하고 극복전략을 모색하는 워크숍이

지난 15일 숭실대 사회봉사관에서 열렸다. 제2회 서울국제노동미디어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서울여성노동조합(위원장 정양희)과 참세상 여

성마당 여성활동가들이 주관한 ‘여성노동자의 온라인 진입장벽과 극

복전략’ 워크숍에는 여성노동조합 관계자, 웹진·게시판 운영자, 여

성운동가 등 5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워크숍의 부제이기도 한 ‘사이버 공간에 여성들이 없는 이

유’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가자들은 많은 여성들이 사이버

공간에 진입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컴퓨터가

없다) △교육 및 성장과정에서의 체계적 배제(컴퓨터가 어렵다) △사

이버공간의 남성적 문화(온라인 성폭력 등)를 꼽았다.

구체적인 사례로, 여성들은 컴퓨터를 장만할 만큼 충분한 임금을 받지

못할 뿐더러 컴퓨터가 있어도 대부분 남편과 아이들의 것이라는 지적

이 나왔다. 또 ‘여학생들은 수학이나 과학을 잘 못한다’는 사회적

평가를 받기 때문에 수학·과학의 응용으로 간주되는 컴퓨터는 기본

적으로 여성들에게 ‘어려운 것’으로 다가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

이버 공간에 발을 내딛은 후에도 각종 ‘장벽’에 부딪힌다고 토로했

다. 대화방·토론방에 여성을 비하하는 글 게시, 원치않는 쪽지나 음

란물 등을 집요하게 보내는 사이버 스토킹, 여성관련 사이트 침입 등

온라인 성폭력은 다양한 형태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실정.

참세상 여성마당 운영자 전희경씨는 “여성들은 컴퓨터가 없거나 있

어도 조작할 줄 모르고, 컴퓨터가 남성 영역에 속한다는 사회인식 때

문에 끊임없이 컴퓨터에 대한 낯설음을 극복해야 하며, 사이버문화의

남성적 성격으로 인해 소수자의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등 온라인

진입을 꺼리게 되는 악순환을 겪는다”며 “이러한 진입장벽을 간과

한 채 여성들에게 ‘필수적이다’ ‘하면 된다’를 강요하고 ‘사이

버 시대’ 운운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하지만 정보통신기술의 도구로서의 인터넷의 효율성에 주

목, 겹겹의 진입 장벽을 극복하고 사이버 공간에서의 여성공동체 형

성을 이루자는 데 뜻을 모았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최

근 들어 인터넷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여성단체들의 홈페

이지나 여성관련 메일링 리스트 활용도 활발해지고 있다”며 “여성

문제를 주제로 한 사이버토론회나 인터넷 방송 등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 여성들의 방식으로 의사소통하는 공간에 대한 고민이야말로 이

제 새로운 여성운동의 주제가 돼야 한다”고 전망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워크숍을 마치면서 ‘여성들의 온라인 장벽 극복을

위한 3대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은 △온라인상의 성비불균형이

계속되는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거부하고 △온라인상의 성폭력 추방

운동을 전개하며 △직장·지역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사용

공간 설치 요구 등을 지속적으로 전개해나가기로 결의했다. <서정

은 기자 punda@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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