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 22일 ∼ 1999년 11월 28일 : 제315호
“대학은 해체돼야 한다”
대학서열은 한국판 카스트제도
일류대학보다는 실력중시 풍토 조성돼야
수능시험날인 지난 17일. 「대학이 망해야 나라가 산다」를 저술, 화
제를 모은 김동훈 교수(40)를 만났다. 대학을 ‘청춘의 집단수용소’
라 표현한 그는 “대학이 지금의 모습으로 유지된다면 더 이상 존재
의미가 없다”는 말로 대학의 위기를 잘라 말했다.
– 제목이 도발적이다.
△‘대학이 변해야 한다’는 주장은 진부한 말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
의 문제는 크게 재벌구조와 신분사회 양산이란 두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심지어 어느 교육학자는 오늘날 대학서열에 따른 신분구조를 보
고 한국판 카스트제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제 재벌을 해체하듯 대
학을 해체해야 한다.
– 재벌과 대학이 닮은 점은 무엇인가.
△올해 대학정원은 작년보다 10만명이 늘어 계속 증가 추세다. 이는
세계의 대학생비율과 비교할 때 선두그룹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특
성화와는 상관없이 백화점식으로 학교를 세우고 그것도 모자라 분교
에도 발을 뻗고 있다. 또한 족벌식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마
찬가지다.
– 책에서는 대학이 생산성을 가지려면 경쟁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
고 있다. 최근 두뇌한국 21 선정과 관련하여 문제가 많았는데, 합리적
인 경쟁체제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일류’ 대학이란 배경과 대학 서열화가 지속되는 한 공정한 경쟁
은 어렵다. 이를 위해선 대학이 해체되어야 한다. 규모가 커진 대학을
기능별로 쪼개는 것이다. 예체능계 교육은 별도의 전문학교 시스템에
서 시행하고 법대·의대 등 전문교육은 전문대학원으로 독립시켜야
한다. 그 외 순수학문과 기초과학은 정부가 직접 육성하는 것이 바람
직하다. 이런 토대에서 연구실적이나 취업률 등 객관적인 자료를 지표
로 삼아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고착화된 대학 서열화에서 경쟁도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일류대학이라고 해서 신분보장이 되는 게 아니라
실력이 중시되는 풍토가 돼야 한다.
– 학부제에 대한 견해는.
△예전에는 점수에 따라 과를 선택하기 때문에 자신의 판단에 대해
신중할 수가 없었지만, 지금은 교양과정을 거쳐 과를 선택하는 만큼
학부제가 가진 전공선택의 안정성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학부제는 고학력을 유도할 뿐이다. 대학도 모자라 다시 대학원까지 가
야하는 사태를 불러오고 있다. 학력신분사회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 대학신분제를 비판하고 나오면서, 책에 실린 저자의
화려한 경력은 무슨 의미인지.
△이 책은 사립학교 문제, 고시열병, 외국학위 비판 등 여러방면의 이
야기를 다루고 있다. ‘열등감이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니냐는 식’이
아닌 내 나름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최근 인기그룹 SES 멤버가 특례입학한 것과 관련하여 네티즌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학의 특례입학 전형기준을 자율에 맡기는 것은 좋다. 그러나 이번
의 경우는 대학이 무엇을 하는 곳인가를 망각한 대표적인 사례다. 지
금도 어떤 대학에서는 미인대회 입상자를 특례입학 전형기준으로 삼
고 있는 곳도 있다. 대학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홍보를 하기 위한 방편
으로 연예인을 뽑는다는 건 대학이 점차 가치관을 잃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 대안학교를 지향하는 다양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학을 거부하는 아이들이 많아져야 오히려 사회가 발전한다고 본
다. 내 책 마지막 부분을 명문대학을 그만둔 어느 용한 것으로 마무리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학입학도 어찌보면
군중심리에 다름아니다. 남들이 가니까 나도 가는 것이 아닌, 각자의
길을 걸어갈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김혜균 기자 nana@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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