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 22일 ∼ 1999년 11월 28일 : 제315호

“학교가 배움의 전부일 순 없습니다”

최근 학교를 벗어나 새로운 교육운동을 모색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가정학교, 탈학교모임, 탈학교실천연대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들의

공통점은 더 이상 학교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학교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가능하다는 강박관

념에서 벗어나, 생활 속에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교육이어야 한다

는게 이들의 생각이다.

아이에 맞는 독창적 교육 모색해야

농촌·도시 가정학교 모델 선보일터

가정학교모임 회장 이명학(34)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을 퇴학과 자퇴, 두 가지로만 파악하고 있다”며 “아이의 개

별적 특성과 환경에 맞는 독창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제는 학교를 보낼지 말지의 차원이 아닌 내 아이에게 맞는 교육을 모

색해야 할 때라는 얘기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지난 17일 강서양천생활협동조합이 주최한

‘가정학교(홈스쿨링)에 대하여’란 주제의 교육강좌에는 학부모 40여

명이 모여 열띤 관심을 나타냈다. 박종숙(38)씨는 “아침마다 학교가

기 싫은 아이를 억지로 등떠밀며 보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며 “아이에게 맞는 교육을 찾기 위해 오게 됐다”고

참가 동기를 설명했다.

이날 강사로 나온 박형규(40)씨는 8년째 충북 괴산에서 「작은누리」

가정학교 공동체를 실천해왔다. 학생은 모두 11명. 박형규씨 부부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아이들 역시 선생

님이긴 마찬가지. 음악을 잘하는 아이가 음악을 가르치고,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가 그림을 가르친다. 그는 어른이란 이유만으로 아이들에

게 무엇을 가르치려 하는 마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나이로

깨달음의 높고 낮음을 평가해선 안된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아이들의 사회성 결핍에 대해서도 그는 무엇

을 위한 사회성이냐고 반문한다. 학교에서 배운 사회성은 출세하기 위

한 삶의 방편일 뿐이라는 이야기.

‘배움은 깨달음의 길을 가는 삶의 과정’이란 생각아래 수업은 생활

교육에 중점을 뒀다. 생활목공과 농사를 비롯해 동물기르기, 시(詩)공

부, 명작공동읽기, 신문읽고 토론하기, 즉흥곡 부르기 등이 작은누리의

수업내용이다. 그는 “교육은 삶의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서 시작

한다”고 나름대로 교육 의미를 정의했다. 잘못된 교육은 ‘아이에게

는 책 읽으라고 강요하면서 부모는 하지 않는’, 생활과 분리된 모습

에서 시작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내년부터 가정학교를 하려는 사

람들을 위해 농촌과 도시의 가정학교 모델을 만들어 선보일 계획이다.

가정학교를 고민하는 부모와 아이들을 위해 일정기간동안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지난 3월부터 초등학교 5학년인 정훈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은 김광

선·김선영(38)씨 부부. 이들은 가정학교는 이제 교육의 한 방법이라

고 말한다. 김선영씨는 “공교육을 거부한다고 해서 특이집단으로 생

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이제는 아이와 부모의 삶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가정학교를 인정하는 풍토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아이들에게 완벽하게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감을 벗어날 때

가정학교를 시작할 수 있다”며 “아이와 함께 배운다는 느낌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20여명의 대학생이 모여 지난 5월에 결성한 탈학교실천연대

의 움직임도 눈에 띤다. 이들은 학교가 교육을 독점하고 있다는 인식

하에 실생활에서 원하는 것을 배우는 것도 교육의 한 부분임을 주장

한다. 학교를 그만둔 학생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의 편견 역시

이들이 깨야할 점이다. ‘자퇴’란 말은 학교 중심에서 비롯된 말이기

때문이다. 현재 학력폐지운동과 학교밖 사람들을 위한 탈학교 네트워

크 결성을 목표로, 학력차별금지법 조항 제정과 보충수업·자율학습

거부 등을 내세우며 탈학교 움직임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지난 10월엔 탈학교모임이 결성됐다. ‘학교 밖의

삶을 교육으로 삼고 살아가는 것’을 지향하는 이 과 자퇴를 원하는 중·고등학생 20여명이 주축이 됐다. 대안교육잡지

「민들레」를 통해 알게된 이들은 정보공유와 부모님의 이해를 구하

는 방안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현재 사진반, 사상연구반 등 소

모임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체 활동을 모색중이다.

<김혜균 기자 nana@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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