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 22일 ∼ 1999년 11월 28일 : 제315호
‘성노예’ 전락 외국인 여성노동자
서비스업 취업약속 믿고 입국하지만 결국 윤락가로 내몰려
교회여성연, 실태조사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줄 알고 한국에 왔다. 하지만 하루 종일 춤만
추고 있다. 그것도 옷을 다 벗고… 때론 윤락을 강요당한다.’(24세·
필리핀)
‘죽도록 싫은 일을 하고도 월급이 2백50달러(30여만원)밖에 안된다.
도망가고 싶어도 계약파기 배상금이 2천달러(2백60만원)나 되기 때문
에 엄두가 안난다.’(22세·스리랑카)
경기도 송탄·동두천 등 국내 기지촌 클럽에서 일하는 외국인 여성
대부분이 매춘을 강요당하고, 12시간이 넘는 중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임금을 받지 못하는 등 인권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 가운데는 ‘돈을 많이 번다’는 현지 인력송출업체의 말만
믿고 입국한 뒤, 유흥업소로 ‘팔려가는’ 인신매매 희생자들도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대표 김윤옥·한교여연)는 지난 12일 ‘성산업으
로 유입된 외국인 여성 현장실태조사 보고회’에서 이같이 폭로하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교여연은 지난 3월부터 다섯달 동안
경기도 송탄·동두천·의정부, 전남 군산, 부산 등 5개 지역의 미군기
지 클럽에서 일하는 외국인 여성 20여명(필리핀·러시아·스리랑카·
네팔)의 인권실태를 조사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대부분은 웨이트리스 등 서비스업에 종사
할 것이란 현지 송출회사의 말만 믿고 입국한 여성이었다. 이들은 자
신이 무슨 비자를 받고 어떤 과정을 통해 한국에 오게 되는지도 모른
채 홍콩·방콕 등을 경유해 입국하고 있으며, 현지 송출업체와 국내
유흥업소의 거래를 통해 기지촌으로 팔려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에서 댄서(연예인)로 일한다고 계약하고 들어온 여성들도 매춘까
지 강요당하리라고는 생각치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발급이 까
다로운 ‘엔터테이너 비자’를 받고 입국하는데, 공식 연예인이 아니
면서도 이 비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발급·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한
국특수관광협회가 매춘을 목적으로 한 외국인 여성의 ‘수입’을 방
조하고 있는 탓이라고 한교여연은 밝혔다.
외국인 여성들은 이처럼 클럽에서 퇴폐행위를 강요당하면서 하루 12
시간 이상 일을 해도 임금은 한달 평균 2백50달러를 넘지 않는 것으
로 드러났다.
이마저도 처음 석달은 알선료·비자·수속비 명목으로 아예 받지 못
한다. 게다가 계약을 파기할 경우 2천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
에 대부분 여성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교여연은 “지난해 입국한 외국인 여성 2천명 가운데 이런 식으로
유흥업소로 팔리는 사람은 상상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며 정부의 조
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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