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 22일 ∼ 1999년 11월 28일 : 제315호

당리당략적 정치개혁은 안된다

현재 정치권이 당면한 최대의 과제는 정치개혁이다. 그러나 변화와 개

혁으로 상징되는 21세기를 불과 40여일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황인데

도 정치권에서는 말만 무성할 뿐이다. 더구나 정치개혁이 국민을 위한

큰 틀의 차원보다는 당리당략적인 차원에서 맴돌고 있기 때문에 국민

들은 실망을 넘어 이미 체념한 상태에 이르렀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

들의 불신은 여야 모두에게 공통적이다. 정치개혁을 통해 이런 불신을

극복하지 못하면 정치권 자체가

국회는 지난 15일 여야 총무간의 정상화 합의를 통하여 정치개혁을

위한 각종 법안 개정을 이달 말까지 처리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각 정

당 내부에서 개혁안 의견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이며, 국민 역시 신당·합당이나, 중선거구제니 소선거구제니 운운에

혼란스러움만 느끼고 있을 뿐이다.

정치개혁 논의의 초점은 각론보다 총론에서 정치개혁의 뚜렷한 목표

를 설정하는 것을 전제로 진행돼야 한다. 목표나 지향점이 없이 일시

적 당리당략 차원에서 개혁이 논의된다면 정치개혁은 실패한다.

정치개혁 논의의 철학은 시민과 함께 하는 원칙하에 출발하여야 된다.

21세기는 흔히 시민사회의 시대라 일컬어질 정도로 시민사회의 중요

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권자·납세자·소비자로 표현

되는 시민과 함께 하는 정치개혁이어야 21세기에 걸 맞는 정치개혁이

라고 생각된다.

시민과 함께하는 정치개혁

유권자로서 시민의 개념은 가장 강력한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시민권을 가진 정치적 주권자를 의미하며 오랜 정치적 투쟁을

통하여 쟁취한 투표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시민은 1인1투표의 원리에

의하여 선거에 참여하며 또한 시민의 대표자를 선출함으로써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개혁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시민이 주인

으로 유권자의 권리를 회복시켜 주는 것이다.

시민은 정치에 있어 최대의 공급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이다. 경제에

서 소비자의 권리가 보호되어야 하는 것과 같이 정치에서도 소비자의

권리는 마땅히 보호되어야 한다. 시장에서 소비자가 왕인 것과 같이

정치라는 시장에서도 소비자인 시민은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이 중요

하다. 이는 정치권 스스로가 시민인 소비자의 권리를 찾아 주는 운동

을 정치개혁 차원에서 전개해야 함을 전제로 한다.

시민은 국가재정에 필요한 세금을 납부하는 납세자로서의 의무를 지

니고 있다. 정치개혁은 납세자들이 부담하는 세금이 가장 적게 사용될

수 있는 방향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고비용·저효율의

정치구조는 타파되어야 한다. IMF체제라는 특수 상황 하에서 우리 납

세자는 정치권을 비롯한 공직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하여 수십조

의 혈세가 쓰이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런 제재 혹은 규제를 가하지 못

하고 있다.

왜곡된 정치개혁 논의

21세기는 시민과 함께 하는 정치개혁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정치개혁은 시민을 소외시킬뿐 아니라 ‘정치인

을 위한, 정치인에 의한, 정치인의 정치개혁’뿐이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기성 정치인들은 기득권 유지에 몸부림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치개혁은 본질보다는 지엽적인 부분 또는 당리

당략에 머물고 있다. 특히 집권 여당이 뚜렷한 정치개혁 청사진을 제

시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구제의 변경이 정치개혁의 전부인양 강조하

여 정치개혁의 본질이 변질되고 있다.

선거구제의 변경이 정치개혁의 핵심이 될 수는 없다. 지난 94년 선거

구제의 변경을 골자로 정치개혁을 단행한 일본은 지금 과연 무슨 정

치개혁을 하였느냐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선거구제의 변경은

정치개혁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이라기 보다는 당리당략에 근

거한 전략적인 접근이다.

정치개혁의 핵심은 민주정치의 뿌리인 정당정치의 활성화이며, 이는

정당의 민주화로부터 이룩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에서도 정치권을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발표 하였듯이, 아직도 뇌

물 공화국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부정부패 정치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정치에서 필요악인 정치자금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

다.

정당의 민주화와 정치자금의 투명성이 중심 축이 되어야 한다. 이는

개혁과 변화의 시대, 21세기를 향한 한국정치가 당면한 최대의 과제이

다. 이런 측면에서 내년 4월 13일 실시될 제16대 국회의원 선거는

‘정당의 민주화’, ‘투명한 정치자금’, ‘저비용 고효율’, ‘지역

주의 타파’를 위한 선거가 되어야 하며, 정치권은 이를 위하여 조속

한 정치개혁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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