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 29일 ∼ 1999년 12월 5일 : 제316호
불안정한 고용시장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 몫
대졸여성, 비정규직·임시직 등에 하향지원 추세
높은 경쟁률에 연연말고 자신 능력 껏 소신지원해야
“대학만 졸업하면 별다른 조건없이 들어갈 수 있는 학습지회사에 취
직했어요. 하지만 사회보장보험과 수당, 연월차 휴가 등이 전무했고,
경력으로 제대로 인정되지도 않더라구요.” 공무원 9급 시험을 준비하
다 취업한 김아무(여·24)는 방문교사의 고된 일과와 열악한 노동환
경을 설명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IMF 경제위기로 인한 신규채용 감소 및 노동시장의 급격한 변화, 여
성채용을 기피하는 기업의 성차별적 채용관행 등은 대졸 여성들을 취
업의 사각지대로 몰아넣고 있다. 대다수 대졸 여성들은 성차별적인 채
용관행 때문에 취업자체가 어렵고, 취업을 한다해도 자신의 인적자원
에 못미치는 하향취업을 하는 실정이다.
진수희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은 “고학력 여성의 취업난과 하향취업
은 경제 및 고용사정의 악화에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대졸여
성의 진입을 막는 차별적인 고용관행”이라며 “남성은 생계부양자,
여성은 부차적 근로자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정부차원의 적극
적 개입과 지원 없이 여성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교육부의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남녀 4년제 대졸자 취업률은 남성이
95년 59.2%에서 99년 43.2%로 대폭 감소한 반면 여성은 95년 46.3%
에서 99년 45.1%로 감소폭이 적었다. 게다가 99년 대졸 신규취업자
중 여성비율은 46.9%로 나타나 95년 35.6%에 비해 무려 11.3%나 늘
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여대생들이 상대적으로 취업이 잘 됐다는 것일까? 하지만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모두 8백3명의 신규대졸사원을 채용했지만
여성은 7.3%인 63명에 불과했고, SK의 경우도 올해 채용한 신규대졸
사원 19명 가운데 여성은 2명에 그쳤다. LG건설의 신규대졸채용인원
2백15명 가운데 여성은 9.8%인 25명이었고, 현대자동차는 60명 중 여
성은 13.3%인 8명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진수희 연구위원은 “IMF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규직은 줄어든 반면 비정규직·임시직·파
트타임근로가 증가하면서 대졸여성들이 대기업·정규직을 포기하고
중소기업·비정규직 등에 집중 하향취업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여성계에서는 대졸여성의 심각한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한 갖가지 정
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우선 각 대학 취업정보실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양한 채용정보의 입수, 졸업생의 체계적 관
리, 취업준비 교육 , 취업전담 교직원 확보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
이화여대 취업정보센터 표경희 실장은 “대학에서 외부 취업업체를
통해 소리만 요란할뿐 별 성과없는 취업박람회를 여는 경우가 많다”
며 “대학 취업정보센터는 상시적으로 취업정보를 제공하고, 취업교육
프로그램을 여는 등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여성공무원 채용시 할당제 도입, 채용연령 제한 완화, 채용
시 군가산점제도 폐지, 모성보호비용의 사회화, 기업의 성평등적 채용
관행 정착 등이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제도적
해결책과 아울러 여대생들의 소신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경쟁률이 높
다고 지레 겁부터 먹고 하향지원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실력
에 따라 눈높이 지원을 하라는 충고다.
<서정은 기자 punda@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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