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 29일 ∼ 1999년 12월 5일 : 제316호
21세기 환경운동 지역단체가 이끈다
획일화된 운동 극복하는 대안으로 떠올라
‘동해백두대간보전회’ ‘거제초록빛깔사람들’…. 지역에서 두드러
진 활동을 벌여와 제법 유명해진 환경운동단체들이다. 그러나 이 이름
들이 엄밀히 말해 틀렸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단체들의
본래 이름은 ‘백두대간보전회’ ‘초록빛깔사람들’이다. 지방에 있
다보니 마치 지부단체처럼 지명이 붙게 된 것이다.
초록빛깔사람들의 경우 이런 오해 때문에 공문서에 “…초록빛깔사람
들은 서울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우리의 사회풍토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최근 환경운동단체들 사이에서 서울중심을 탈피하는 움직임들
이 많아 관심을 끌고 있다. 지역에 본부를 두고 서울을 포함한 전국에
지부가 만들어지는가 하면, 지역운동단체들끼리 네트워크 움직임도 활
발하다. 또 환경운동연합이 중앙환경운동연합과 서울환경운동연합을
분리하고 광역권별로 광역협의체를 만들고 있는 것도 ‘서울 중심 탈
피’의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단체간 네트워크 추진 활발
지난 8월 ‘백두대간보전회 충남지부’가 결성됐다. 이 단체의 본부는
서울이 아니라 동해에 있다. 또 백두대간보전회는 경북·충북·부산지
부뿐 아니라 서울지부도 만들고 있다.
서울에까지 지부를 두게 될 백두대간보전회는 어떤 곳일까. 백두대간
보전회의 정회원은 18명, 연예산은 4백만∼5백만원선이다. 1년 예산이
수억대를 넘는 서울의 큰 단체들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액수다. 백두
대간보전회의 동력은 지속적이고 내실있는 활동이다. 95년 결성된 백
두대간보전회는 한라시멘트가 채광하는 바람에 산 중턱부터 정상까지
거의 없어질 위기에 처한 자병산을 지켜냈다.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격
이라는 소리를 무릅쓰고 자병산의 처참한 파괴상을 고발하고 시민들
에게 백두대간의 가치를 알리면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것이다. 이
후 보전회는 전국 백두대간의 실태를 파악하고 보전하는 활동을 꾸준
히 해오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지부나 연대를 요구하는 개인·단체들
이 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지부가 결성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백두대간이 90년대 후반부터 부각되자 서울의 내로라 하는 단체들도
관심을 가지고 네트워크화를 시도했으나 오히려 백두대간보전회를 중
심으로 지부가 결성되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환경단체 실무자는 “이
런 움직임은 무엇보다 서울 중심 운동을 탈피하는 사례라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남해안 자연보전 단체들도 네트워크를 결성하려는 움직임을 가시화하
고 있다. 초록빛깔사람들(거제), 영남생태보전회(대구), 푸른우포사람
들(창녕), 지리산생태보전회(구례), 무등산보전협의회(광주) 등이 논의
주체들이다. 95년 결성 당시부터 전문화·지방화를 외쳐왔던 초록빛깔
사람들이 중심이다. 섬진강이나 지리산 등 특정 사안을 놓고 연대하는
경우는 있지만 지역 자연보전단체들이 상시적인 연대틀을 갖는 움직
임은 그리 흔치 않은 사례라서 지역운동의 새로운 면모로 주목받고
있다.
조순만 초록빛깔사람들 대표는 “축적된 경험을 공유하고 공동대응이
필요할 경우 힘을 모으는 것이 우선의 목표”라며 “자연보전만을 고
유하게 다루는 곳은 많지 않아 연대가 더욱 소중하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또 “지역 단체들끼리 연대하게 된 데는 중앙 특히 서울 중심
의 환경운동이 가져오는 폐해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밝혔
다.
조 대표는 서울 중심 운동의 폐해로 최근 활발한 절수홍보정책을 예
로 들었다. 하수처리시설이 제대로 안 된 지방의 경우 절수만 강조하
다보면 오히려 희석되지 않은 오물 때문에 해양오염이 심화된다는 것
이다. 지방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아서다.
환경연합도 ‘분권화’ 추진
국내 최대 환경운동 조직인 환경운동연합의 변화도 지역운동단체들의
커진 힘과 운동의 지방화를 보여준다.
지난해 9월 충북지역 환경운동연합 지부들이 모여 ‘충북환경운동연
합’을 결성했다. 지역조직과 서울의 중앙조직 이외에 광역별 연대조
직인 광역협의체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강원·충남이 뒤를 이었고
최근 경기환경운동연합이 결성됐다.
충북환경운동연합 염우 사무국장은 “지역조직이 38개에 이르다보니
중앙 단위에서 전체를 총괄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오래전부터 있었고
그 결과 광역협의체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한다.
환경운동연합은 올말 그동안 하나로 묶여 있었던 중앙환경운동연합과
서울환경운동연합을 분리한다. 중앙과 서울이 함께 있는 관계로 업무
분담이 명확하지 않아 지역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
에 따른 것이다. 중앙환경운동연합은 지역의 요구를 수렴하고 전국 공
동 사안에 대처하는 일을 하게 된다.
유수훈 환경운동연합 조직국장은 “광역협의체를 만들고 중앙과 서울
을 분리하게 된 가장 큰 동기는 지역단체들의 요구였다”며 “중앙의
지원과 명성에 기대던 소극적인 지역조직을 탈피해 중앙을 이끄는 지
역조직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평했다. 유 국장은 특히 “중앙집권적
인 풍토가 뿌리깊은 우리나라에서 시민운동도 이를 답습해왔다”며
“지역운동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혜정 기자 kanghj@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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