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 29일 ∼ 1999년 12월 5일 : 제316호
“아픔 있는 곳에 경불련이 간다”
구호사업 뿐 아니라 사회개혁운동 적극화 표방
경불련 창립 8돌 평가
‘사악을 깨뜨리고 부처의 올바른 도리를 세운(파사현정·破邪顯正)
8년 세월.’ 창립 여덟돌을 맞은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경불련·
운영위원장 김동흔)의 발자취다.
경불련은 지난달 22·26일 그간 활동 평가와 불교시민운동 전망 토론
회, 창립 8주년 기념식을 잇따라 열어 그간 구호사업과 불교개혁 운동
을 이처럼 평가하고, 앞으로 ‘사회성 짙은 시민운동’에 주력키로 했
다.
지난 8년을 돌이켜볼 때 경불련의 가장 큰 장점은 헌신적이고 방대한
자원봉사조직을 갖췄다는 것이다. (사)이웃을 돕는 사람들, 자비의 집,
외국인노동자 마을, 아침을 여는 집(서소문·보문동), 희망 만들기 열
린 학교같은 다양한 자원봉사 기구가 빈민·노인·외국인노동자·조
선족 등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는 활동을 벌여온 것. 이들의 봉사방식
은 무료급식·진료, 수지침, 이·미용 봉사, 반찬배달, 위로잔치, 김장
담그기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처럼 회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운동의 전면에 직접 나서면서 이슈중
심의 일회성 행사가 아닌 일상적이고 호흡이 긴 운동이 가능했고, 최
근 시민운동의 맹점으로 떠오른 ‘시민없는 시민운동’이란 비판에서
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특히 경불련이 제3세계 문제해결에 관심을 갖고 네팔에 ‘아침을 여
는 작은 마을’(BIHANI BASTI)을 설립, 현지의 기아·질병 해결과
환경보전에 나선 것은 우리 시민단체의 활동영역을 해외로 넓혔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대목이다.
그러나 옥에도 티가 있는 법. IMF위기를 거치면서 심화된 계층간 빈
부격차 해소, 노동자·농민의 지위 향상, 실업자 구제, 협력 등 종교계가 앞장서 풀 수 있는 사회과제들에 대해 뚜렷한 대안
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또, 총무원-정화개혁회의의 무력충돌로 되풀이 된 불교계 분열상을
치유하는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것 역시 한계로 꼽힌다. 이 점에
대해 경불련은 “불교계가 자기 개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자
위하고 있으나, 경불련이 불교개혁을 조직의 주요화두로 삼고 있는 점
을 감안할 때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경불련이 ‘사회성 짙은 시민운동’을 다시 표방한 것은 이같은 지적
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인다. 22일 토론회에 참석한 불교·시민단체
관계자들도 한결같이 “불교계의 경실련이란 한계를 벗어나려면 갖가
지 사회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개혁대열에 동참해야 한
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회원 감소로 인한 운동역량 축소 △상근활
동가 근무조건 열악 △재정불안 증대 등의 문제들도 경불련이 새로
떠안아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김동흔 운영위원장은 “보수적인 불교계에 시민운동의 필요성을 제시
하고 이를 일반화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회원과 자원봉사자를
주체로 내세워 정책이 아닌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킨
것은 경불련만의 선진적이고 실험적인 운동방식이었다”고 말했다.
<배영환 기자 hansae@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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