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 29일 ∼ 1999년 12월 5일 : 제316호

사업실패로 한 때 인생포기

“다시 일어서자” 의욕다져

자활의지 키우는 노숙자들 우수 수기공모 시상

영등포구 등촌동 ‘희망의 집’(노숙자쉼터)에 사는 최아무(42)는 몇

년 전만 해도 공무원(6급)이었다. 어느 정도 기반이 잡혔다고 생각한

최씨는 건설 하청업체를 차려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한창 잘 나가던 최씨였지만, IMF 파고는 예외가 아니었다. 98년 5월

기울어가던 회사는 급기야 부도를 냈고, 설상가상 36살 젊은 부인은

홧병으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어린 아들은 선천성 뇌성마비 장애인

이어서 외가에 맡기고 있던 터. 최씨에게 유일한 낙은 술이었고, 그마

저도 싫어졌을 때 삶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최씨가 등촌동 희망의 집에 들른 건 아이러니하게도 추위 때문

이었다. 동료들의 기구한 사연을 접하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낙

담도 버렸고, 다시 한번 해보자는 의욕도 솟구쳤다. 최씨는 지금 빚

갚을 돈을 마련하고, 회사 문을 다시 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노숙자 다시서기 지원센터(소장 황운성)가 공모한 ‘나의 자활계획

서’ 우수작으로 뽑힌 최씨의 사연이다. 센터는 전국 노숙자쉼터 입소

자를 대상으로 수기를 공모, 19편을 받았고 이 가운데 10편을 우수작

으로 선정해 재활자금 50만원씩 수여했다.

노숙자들의 계획서는 한결같이 눈물과 피땀이 묻어 있었고,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일어서겠다는 강한 의지가 배어 있었다.

옥수동 희망의 집에 있는 김아무(50)는 24년동안 다니던 자동차 부품

공장의 부도로 지난해 8월 해고 당했다. 회사빚에 보증을 선 탓에 집

이 넘어갔고, 길거리에 나앉은 가족들과 동반자살까지 기도했다. 찬찬

히 숨을 고른 김씨는 가족을 친척집에 맡기고 낮에는 붕어빵을 팔고,

주말엔 건설현장에 나가면서 재활의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1년동안 경기도 양수리 근처에서 천막생활을 했던 김아무

(39)도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살림터에 들어와 자활의 꿈을 키우고 있

는 이. 수출 판로를 뚫다 사기를 당해 몽땅 날렸던 밑천도 하나둘 다

시 채우고 있다. 낮엔 포장마차, 밤엔 철교 보수공사 밤샘작업을 하면

서 모은 돈으로.

지원센터는 노숙자들의 자활계획서가 재기에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

내년부터는 자활에 성공한 이들에게 후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문의

02-777-5217.

<배영환 기자 hansae@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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