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 29일 ∼ 1999년 12월 5일 : 제316호

‘생애주기비용제’ 도입 정부 재정낭비 줄여야

철저한 설계·유지비 조사해

주먹구구 예산편성 막아야

2백16개 국책사업 벌이며

졸속 사업추진으로

6조4천억원 낭비

재정낭비를 막고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위한 개선책이 국책연구기관

들에 의해 제시됐다. 이들은 대형 국책사업의 부실시공을 막고 재정낭

비를 줄이려면 공사기간과 총액 및 연투자비를 확정해 놓고 투자하는

‘계속비제도’를 확대적용하고 시공비만이 아니라 유지·관리비까지

예상해 투자하는 ‘생애주기비용’(Life-Cycle-Cost) 제도를 도입하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정부 대형투자사업의 안정적 예산집행’ 자료에

따르면, 국내 사업중 공사기간이 지켜진 것은 전체의 20%에 불과하

며, 전체의 50%이상 사업이 2년이상 지연되고 17%는 5년이상 지연되

는 것으로 분석돼, 공사비의 잦은 증액으로 재정낭비가 극심한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교통부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85년부터 94년까지

2백16개 공공사업에 투자된 41조8천7백97억원을 계속비제(집중배정)

방식으로 재편성해 본 결과 현행(장기계속 계약에 따라 해마다 예산

책정) 사업비용이 6조4천5백억원의 낭비를 초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매년 예산을 책정하다보니 적절한 시기에 필요예산이 반영되

지 않아 공사가 지연되고 비용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실례로 전북 진안 용담댐의 경우 부실설계와 보상비 과다로 사업비가

계획(3천5백억원)보다 네배로 불어 8천5백억원이 추가로 들었으며, 김

해공항 확장공사에서는 지반조사 잘못으로 사업비가 2천억원 이상 불

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부고속철 15조원, 중앙고속도로 1백63억원, 인

천지하철 6천억원 등은 부실설계나 보상지연 등에 따라 추가로 들어

간 재원들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해에 걸쳐 시공해

야 할 기간사업을 시작할 때 전체 사업비와 매년 투자비를 미리 확정

해놓고 시행하는 ‘계속비제도’를 활성화시키지 않고 있다. 정부가

조달청을 통해 벌이는 공공 기간공사 연 입찰 건수는 대략 1천3백여

건이며 다른 부처와 자치단체 사업까지 합치면 사업 건 수가 3~4배로

불어나는데도 올해 계속비제도를 적용한 건 12개뿐이다.

올 계속비 사업 대상은 △4개 기간국도 1조5천5백억원 △부산신항이

나 포항 영일만 신항의 방파제 축조 등에 5백53억원 △수원-천안 2복

선 전철 공사비 등 3천2백억원 △방위력 개선비로 1천6백24억원 △국

립박물관 건축비 4백54억원 등 총 12개 사업에 2조1천3백37억원 규모

이다.

낭비는 그뿐 아니다. 초기 사업비만이 아니라 사업의 전체 생애주기에

걸쳐 발생하는 비용을 미리 평가·편성하는 선진국과 달리 ‘우선 벌

이고 보자’식으로 사업을 시작하니 더 큰 낭비를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시작할 때 투자비(용역·건설·기타경비), 금융비

용, 부지구입비, 설계비, 재설계비, 관리비, 잔여가치, 운영비 등을 포

함하는 생애주기비용을 계산하는 제도를 도입할 것을 권장한다. 미국

의 경우 연방정부가 2차 오일쇼크를 맞은 뒤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

려해 신규사업보다는 기존 시설의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78년 관련법

을 제정했으며 대부분의 주들도 이법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선진국의 경우 기획기간이 2배나 걸리지만 공사기간은

1/2밖에 걸리지 않으며, 공사 전기간 동안 감시·감리가 철저하게 시

행되며, 공사비도 전체 유지관리비를 최소화할 계획에 따라 최적으로

산정된다. 비용도 절약하며 부실시공을 막고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 있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상호 부연구위원은 “우리는 생애주기비용은

고사하고 사업 타당성 조사도 제대로 안되니 예산과 관련해서는 전

부처가 거짓말을 밥먹듯 하고 있다”며 “선진 예산기획 제도를 서둘

러 도입해야 하며 예산부처의 예산통제권도 확실해야 한다”고 충고

한다.

경실련 예산감시위원장인 강인재 교수도 “2년이상 계속되는 자본지

출 사업의 경우 생애주기비용을 미리 예측하고 최적의 예산을 짜야

하는데 회계제도(단식부기)가 엉망이고 철저한 계획정신도 모자라 낭

비가 부지기수”라며 “미국·영국식 생애주기비용제나 뉴질랜드식

자본수수료 제도를 도입해야 재정 낭비나 무분별한 건설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방식 기자 bschoi@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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