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 29일 ∼ 1999년 12월 5일 : 제316호

민관 혼합복지체계 발전시키자

정부 사회안전망 허술해 마냥 기다리긴 위험

기업·시민단체 재원·능력 끌어모으는게 시급

사회복지를 정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업·시민단체가 협력해 증진하

는 민관 혼합복지체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부문화 활성화

와 기업의 복지재단 설립은 실질적 복지증진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

문이다.

그동안 사회복지·공익법인 등 민간부문의 복지서비스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들 대부분은 주로 정부에 예속된 ‘업무대행자’ 역할에

갇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물론 정부의 재정지원 미비, 과도한 규제·

감독으로 독립적인 활동을 할 수 없었던 탓이다. 게다가 민간이 주체

로 나설 경우, ‘복지민영화’로 비춰져 결국 복지전반을 축소하게 될

것이란 우려 때문에 시민단체들이 적극 나서지 않은 점도 한가지 요

인으로 작용했다.

민관 혼합복지가 ‘무조건적 축소’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복지정책

과 다른 점은 정부-민간부문이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보완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민간에 대한 재정지원을 일체 배제할 순 없

지만, 민간이 자율성·재량권을 구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시민단체들의 재단 설립 움직임은 고무적인 일이라

할 만하다. 인권운동 활성화와 인권연구 지원을 목적으로 한 한국인권

재단(이사장 전 국민회의 총재특보)이 지난달 9일 발족한데 이어,

‘한국여성재단’·‘아름다운 재단’이 내년 출범을 목표로 준비하

고 있다. 이들이 공익적 시민운동 지원과 기부문화 확산·정착을 표방

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예산부족을 핑계로 방기하고 있는 갖가지 복

지프로그램을 맡을 수 있다는

기부나 정부 지원으로 확보된 자금은 시민단체들이 공동육아원·장애

인보호 등 시설을 직접 운영하고, 노숙자 겨울나기 지원에 쓰일 수도

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의료보험통합 연기반대 캠페인을 대대적

으로 벌이는 데 쓰이면 결과적으로 국민 의료복지 향상에 큰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서울YMCA 한 관계자는 “정부의 복지정책이 구휼·시혜

차원에 머물러 있는 한 보편적인 복지향상은 요원하다”며 “시민단

체들의 진보적인 안목으로 이를 보완할 방안을 독립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재단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하다. 지

난해말 현재 전경련에 등록된 기업재단은 84개. 이들의 총사업비(96

년) 2천7백억원 중 사회복지부문 지출이 44%(1천2백억여원)에 이르는

만큼 연계사업을 구상하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와의 관계를 잘 조절하는 게 민관 혼합복지의 관건이다. 지난해말

6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민간사회안전망’ 운동을 주도했다 야당으

로부터 ‘여당의 외곽조직 구축’이란 비난을 받은 게 전형적인 사례.

이 운동은 모금·자원봉사를 통해 11만여가구에 쌀·김치 등을 지원

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행자부에 지자체의 협력을 요청하는 공문을 은

밀히 보내면서 ‘관변운동’이란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이혜경 연세대 교수(사회복지)는 “민간의 자율성과 재량권을 보장하

는 게 성공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배영환 기자 hansae@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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