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WTO각료회의] 비정부기구 왜 나섰나

“거북이들도 세계무역기구가 싫다고 한다”, “세계무역기구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 “자본주의가 인간을 망치고 있 다”. 요 며칠 시애틀

거리에서는 안전모를 쓴 미국 철강노동자들 과 어깨띠를 두른 바다 거북이 보

호운동가들이 엇갈리며 외치는 구호가 도시를 울렸다.

시애틀에 모인 반세계무역기구 세력의 색깔은 이 기구가 다루는 주제만큼

이나 다채롭다. 시위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표출된 비정 부기구와 이익단체들

의 목소리는 노동 환경 인권에서부터 반전 에 이즈 동물권리에 이르기까지 폭

이 넓다. 특정한 문제를 파고들다 보면 이들 주장 가운데는 단체간에 이해가

상충되는 것도 적지않 다.

하지만 이들을 느슨하게나마 묶어 제법 반향을 이끌어내게 한 공 감대는 세

계무역기구가 주도하는 자유무역이 노동과 인권 환경 등 에 끼치는 역기능에

대한 인식이다. 즉 90년대의 특징인 자유무역 주의의 확산이 국제적으로 지역

간, 계층간 불평등을 확산시키고, 환경침해를 가속화했다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 같은 단체는 자유무역이 모든 사람의 부를 증진시 킬 것이란

약속과 달리 남아메리카에서는 90년대의 구조조정 결과 실업자가 더 늘었고,

아프리카에서는 새로 직장을 얻는 사람의 90%가 비정규직이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자본의 국경이동이 한층 자유로워지며 최근의 외

환위기에서 보듯 일순간에 한 나라의 국부가 증발해버릴 수 있는 가능성이다.

이 단체의 사무총장인 후안 소마비아는 “ 세계무역기구가 이런 소리에 귀 기

울이지 않으면 자유무역은 열린 경제 및 열린 사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소비자 운동가 랠프 네이더가 주도하는 `세계무역감시시민’은 세 계무역기

구가 식품안전 및 의약품 안전에 관한 규제를 약화시켰다 고 주장했으며, 환경

단체인 `지구 먼저’는 다국적기업이 아름드리 나무를 남벌하고 있다고 비난한

다.

이들 단체는 자유무역 지상주의가 자본과 상품의 이동에 대한 장 애물을 제

거해 자기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초국적 기업의 이데올로 기라고 믿는다. 세계무

역기구가 앞장서 이들을 위해 세계의 정치 , 경제적 규칙들을 뜯어고치고 있다

는 것이다. 여권운동가인 마리 안 도브는 “인류는 모두 하나로 연결돼 있고

건강한 연결을 유지 해야 한다고 믿지만 세계무역기구의 관심은 오로지 다국적

기업을 지원하는 데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무역기구의 의사결정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침에도 몇몇 법

률가들의 손에서 밀실에서 다뤄져 전혀 투명하지 않다는 비판도 고조됐다. 유

전자조작식품의 안전성을 연구하는 워싱턴대 학 필 베레아노 교수는 “상거래

에 경도된 세계무역기구에서 이 문제가 진지하게 다뤄질 것 같지 않지만 도대

체 무슨 논의가 진행 되는지 알 길이 없다”며 “이는 민주주의라 할 수 없

다”고 불평 했다. 이봉현 기자 bhlee64@hani.co.kr

◐ 99년12월01일21시38분 한겨레 http://www.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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