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사설] 설득력 적은 ‘의사파업’
설득력 적은 `의사파업’
의과대학생들은 의학도로서 전문교육을 받은 뒤 졸업 때 `히포크 라테스 선
서’를 한다. 이 선서는 고대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 스가 작성한 의사 윤리
강령으로,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써 의술 을 베풀겠노라. 환자의 건강과 생명
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는 등 의사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모범적인 삶을
살겠다는 맹세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엊그제 일어난 의사들의 의약분
업 반대 집회 및 시위와 이로 인한 휴진은 의사들의 `선서’를 빛바래 게 만
들었다. 전국의 의사 1만7천여명이 사실상의 파업시위에 참 가하는 바람에 곳
곳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 환자들을 볼모로 밥그릇을 더
챙기려는 집단이기주의적 행동이 아 니냐”는 비난이 여기저기서 나올 정도이
니 유감스럽다.
의사들이 유례없는 파업시위를 벌이게 된 배경에는 병·의원의 경영악화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다. 이런 우려는 의약분업 실시와 의료보험 약값 실거래제
도입으로 병·의원들의 주요 수입원이었 던 약값 마진이 없어지는 데 근거한
다. 의사들은 집회에서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정부의 의약분업 시행방안이
의사들에게 불리하 게 왜곡돼 있다며 의료보험수가 인상, 약사의 임의조제 근
절책 마 련, 완전한 의약분업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얼마 전
의약품 실거래값 시행에 따라 의보약값을 30%정도 내리는 대신 의보수가는 9%
올려주는 조처를 취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에서도 약사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의사 요구를 대폭 반영해 약사의 임 의조제 금지를 명문화하고, 의약분업 대상
에서 제외되는 주사제의 범위도 확대했다. 의료계 요구가 크게 수용됐는데도
파업시위를 벌인 셈이다. 더구나 이제 와서 완전 의약분업을 요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의약분업 시행방침은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 기 위해 불편
을 무릅쓰고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두고 마련된 것이
다. 구체적 시행안 심의에는 시민단체와 정부뿐만 아니라 의사와 약사들도 참
여했으며, 몇차례 보완과정 을 거치면서 부분적 예외는 있지만 분업원칙을 최
대한 적용한 시 행안이 마련됐던 것이다. 그런데 법률안이 국회 상임위에서 통
과 된 마당에 뒤늦게 완전 의약분업을 요구하는 것은 의약분업을 하 지 말자
는 얘기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선진국형 의료체계 를 갖추기 위한 30
년간의 국가적 과제를 내팽겨치려는 이기적 행 동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
병·의원의 경영환경이 어려워진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약값에 서 수익이
줄어든 만큼 기술료로 벌충해달라는 의사들의 요구에도 일리는 있다. 의사의
수입이 경기에 영향을 받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의약분업을 일단 시행하고 보완해나가는 유연한 자세를 갖 출 것을
의료계에 기대한다.
◐ 99년12월01일21시38분 한겨레 http://www.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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